군인에서 교직원·수의사까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정부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가운데 신용대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량 고객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용대출 대상자는 고용이 안정적이면서도 명예를 중요시하는 교사나 공무원들과 같은 직업군"이라며 "부실 관리가 생명인 신용대출 시장에서는 결국 부실 우려가 적은 고객군을 누가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1일 신한은행이 내놓은 '스피드업(Speed up) 모바일 군인대출'은 이 같은 은행권의 신용대출 전략이 모바일 방식으로까지 진화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국군 간부를 대상으로 하며 은행 방문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5년 이상 근무 중인 군 간부는 최대 1,000만원, 3개월 이상 5년 미만 근무 중인 군 간부는 최대 500만원의 대출 신청이 가능하며 금리는 4.31% ~ 8.11% 수준이다. 급여이체와 분할상환 방식을 선택하면 최대 1%까지 우대금리가 적용돼 저리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오지 근무가 많아 은행 지점을 찾기 힘든 군인들의 특성을 반영해 모바일 대출로 상품을 설계했다. 군 간부들은 기존에 신한은행이 운영하던 '신한 스피드업' (Speed up)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후 인증을 거쳐 몇 가지 신용 정보를 입력하면 신한은행 론센터를 통해 대출 한도와 금리를 부여 받고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와 건강보험 납부확인서는 은행에 보내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장 근무 등으로 은행 방문이 어려운 군 간부들이 편리하게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은행권에서 가입 가능한 군인 대출과 달리 5년 미만의 군 간부도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앞서 지난 3월 출시한 교직원 전용 상품인 '원클릭 교직원우대대출'도 이와 비슷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3개월 이상 재직 중인 병설유치원·초·중·고등학교 또는 교육청 소속 교사 및 직원을 대상으로 최고 2,000만원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며 역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지난 20일 기준 총 1,465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해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 치고는 상당히 우량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수의사 클럽대출' '아카데미론' '뱅커론' 등 다양한 형태의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아카데미론은 정규교육기관의 초·중·고교 교사, 우량 지정대학교 교수 및 직원 등이 주요 타킷이며 뱅커론은 은행원을 위한 전용 신용대출 상품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KB WISE 직장인대출'을 통해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언론기관 등에 재직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