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무회의가 확 달라졌다. 과거의 경우 형식적인 보고와 대통령의 지시가 전부였던 국무회의는 토론의 장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4일 오전 9시 청와대에서 참여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
노 대통령은 국민의례가 끝나자마자 “개회 전에 잡담 한마디 합시다”라는 말로 과거 권위주의 냄새를 짙게 풍겼던 국무회의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제의를 했다.
그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를 물으면서 스톡옵션은 어떻게 됐느냐는 농담으로 장관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고건 총리 진행으로 법률공포안이 의결됐고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경제동향 보고가 짧게 이어졌다.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이 대구참사와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한 방지시스템을 발제했다. 이날 토론의 주제였다.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참석자들은 대구 지하철 화재나 삼풍 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참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여기에는 소관부처가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견해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반박과 비판, 의견 조율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좌석배치도 종전과 달라졌다. 비서실장 등 청와대 보좌진이 대통령 바로 옆에 앉던 관례에서 벗어나 국무총리 및 각 부 장관 등 `순수` 국무위원만 대통령과 함께 중앙 테이블에 앉았다. 금융감독위원장ㆍ공정거래위원장 등과 함께 청와대 보좌진은 배석 테이블로 밀려 났다.
서갑원 대통령 의전비서관은 이에 대해 “규정대로 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 장관들과 실질적인 토론을 원하는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례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왔던 서울시장이 아예 초청 받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무회의가 이렇게 토론 위주로 바뀐 것에 대해 정부 부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일부 부처 장관의 경우 “과거 보고만 하고 끝나는 식의 회의에 익숙해 있던 터라 솔직히 말해 더 긴장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