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조 화이트, 월가 보안관 역할 의구심 증폭… 후견인 그치나

뉴욕 조폭 잡던 150㎝ 단신의 전직 여성 검사
업무수행 능력 뛰어나 개혁 적임자 평가 속
대형은행 변론 경력·금융경험 없어 약점 부각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를 감독할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임명한 메리 조 화이트(65)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화이트는 뉴욕의 조직 폭력배를 잡던 유명검사 출신이다. 그녀는 뉴욕의 밤을 지배했던 폭력조직 '감비노 가문'의 대부 존 고티를 감옥에 보냈으며,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범들을 수사해 명성을 떨쳤다. 150cm의 단신인 그녀는 강력하고, 완벽한 임무수행 능력으로 1993년 여성 최초로 뉴욕 남부지검의 연방검사에 올랐으며 맨해튼 검사의 표본으로 통한다.

미 언론들은 그녀가 SEC 위원자에 임명되자 강력하게 월가의 개혁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화이트의 임명을 발표하면서 "월가를 개혁하고 투자자와 가족들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CBS 방송은 그녀를'월가의 새로운 보안관'이라고 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트가 금융위기 이후 법 집행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범한 SEC에 보다 강력한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공식 임명을 위한 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절차가 다가오면서 화이트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02년 검사를 그만둔 후 변호사를 하면서 월가의 대형 은행들을 위해 일한 경력이 문제가 돼 금융업계를 대변했던 그녀가 '월가의 보안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화이트가 유명 로펌인 '데브와 앤 플림톤'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10년 이상 일하면서 JP모건, 뱅크오브 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을 대변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JP 모건 담당 변호사로 여러 사건을 방어했고, 뉴욕검찰이 메릴린치의 부실을 숨긴 혐의로 케네스 루이스 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를 기소하자 그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2005년 모건스탠리와 관련된 내부자거래 사건이 터지자, 당시 SEC 집행이사인 린다 톰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 후보로 꼽혔던 존 맥이 조사대상에 올라 있는 지 여부를 파악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화이트는 은행뿐 아니라 지멘스 등의 일반기업을 변호했고, 2005년 한 인터뷰에서는 2002년 엔론 사태로 파산한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을 예로 들어, 기업에 대한 범죄기소가 종종 기업에 치명적이며 종업원들과 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수도 막대했다. '데브와 앤 플림톤'의 파트너 변호사들은 연간 210만달러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녀는 적어도 400만달러 이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추정했다.

뉴욕의 로펌인 '크레바스'의 파트너인 그녀의 남편 존 화이트의 경력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지난 2006년 SEC에 들어가 2년간 일한 뒤 다시 크레바스로 돌아왔다. 현재 그는 JP모건체이스, 크레딧스위스, UBS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상태다. 부부가 공직과 변호사를 오가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월가와의 관계는 화이트에 대한 평판의 문제뿐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와도 연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EC의 윤리규정에 따르면 화이트는 최소 2년 동안 종전 그녀가 일했거나, 고객관계에 있던 회사나 개인이 관련된 일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이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종전 SEC 위원장은 거의 모두 학자와 금융인 출신이었다. 앞으로 몇년간 도드 프랭크법의 시행규칙을 만들고 집행해 나가야 하고, 전자거래에 대한 규제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금융경력이 전무한 그녀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문회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제기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당수 민주당의원들이 화이트에 대해 금융규제업무 경험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10년간의 로펌 변호사를 하면서 월가를 옹호하는 시각을 가지지 않았는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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