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기업들 '이란 리스크' 직격탄

수출대금 제때 못받고 신규 거래 막혀… 최근 성장세에 '찬물'


대 이란 제재로 인한 '이란 리스크'로 부산·울산지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규 수출 거래가 막히는 것은 물론 기존 업체들도 수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과 직접 수출 거래를 한 부산 업체는 70곳 정도이며 이들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2, 3차 협력업체를 합치면 300곳이 넘는다. 이 같은 수치는 이란과 거래를 하는 국내 기업의 약 20%에 해당한다. 부산 기업의 대이란 수출규모는 자동차부품, 철강 및 전자제품을 주종으로 올해 상반기만 9,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1% 급증한 상태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 이란제재 결의안 채택과 한국의 제재 동참문제가 거론되면서 이들 기업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플랜트용 밸브 등을 생산하는 부산의 H사는 최근 이란 바이어가 수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낭패를 보고 있다. H사는 지난 3월 이란 플랜트 제조업체와 50억 원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7억 원 상당의 물량을 선적해 보냈지만 현지 업체가 결제금을 보내주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H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기업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에서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울산의 B사는 수출잔금을 받지 못한 채 신규물량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C사의 경우 최근 수출계약을 했지만 이란의 수입사로부터 선금을 받지 못하는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는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이란에 대한 자동차 수출을 잠정 중단했고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던 대기업 A사도 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개설하지 못해 수출길이 막혔다.

울산기업의 대 이란 수출은 지난 2001년 9,6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 4억7,000만달러, 올해 상반기에는 4억6,000만달러를 달성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김은영 무역협회 울산지부장은 "대 이란 수출은 신장세가 큰 신흥시장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며 "특히 중국이 틈새를 집중 공략하고 있어 우리 기업이 개척한 현지 시장을 빼앗길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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