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대참사] 폐선 직전 배 최고 80% 싼값에 들여와 3척중 1척이 선령 20년 넘은 '늙은 배'

■ 노후 여객선 많은 이유 봤더니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일본 마루에페리사가 18년 동안 사용한 세월호를 지난 2012년 10월 수입해 선령이 19년째가 되는 지난해 3월 처음 취항했다. 세월호만 유달리 '늙은 배'인 것은 아니다. 국내 연안여객선 선사 대다수는 배를 새로 만들 자금여력이 없는 영세업체들로 이뤄져 있어 대부분이 청해진해운처럼 중고 선박을 들여와 수리한 뒤 취항하는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해운조합 등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에 운항하는 여객선 217척 중 건조된 지 20년 이상인 배는 전체의 30%가 넘는 67척에 이른다. 국내 운항 여객선 4척 중 1척은 '늙은 배'인 셈이다.

국내 여객선의 노후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대부분의 선사들이 배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선령 15년 이상의 중고 선박을 들여오는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배를 신조(新造)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지만 폐선 직전의 중고 선박을 구입할 경우 신조보다 비용이 더 절감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관련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월호급 여객선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600억~1,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계의 한 전문가는 "통상 고철 가격이 신조 가격의 5~10%에서 책정되는 점을 볼 때 세월호를 건조하기 위해서는 최소 600억원 규모의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전문업체인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무려 20년 전 세월호급 배의 수주 가격이 300억~350억원선에 이른 것을 보면 현재 시점에서는 훨씬 큰 비용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박의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으로 떨어진다. 소위 '반값'이 되는 때는 선령이 15년쯤 되는 시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부분 선사들은 15년 정도의 배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국내에서 운항 수익을 내기에는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령이 15년 된 시점에는 아무리 상태가 나빠도 신조 가격의 4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지만 선령이 18년, 19년까지 돼 폐선 시점이 가까워지면 가격이 20~30%선까지도 떨어진다"며 "2009년 선령 제한이 30년까지 늘어났기에 18년, 19년 된 선박을 들여와도 10년 이상 운항할 수 있어 수익성은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고 선박일수록 제대로 된 유지·보수가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수리 등의 운항관리 비용도 아끼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지·보수만 제대로 된다면 선령은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중고차일수록 수리비용이 더 들 듯이 중고 선박도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비용절감 목적으로 폐선 직전의 배를 들여오는 업체들이 수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안전한 운항을 감시·감독하는 운항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지만 여객선주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에 묶인 몸으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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