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골프 2.0 TDI, “폭발적인 가속력에 흔들림 없는 안정감”

높은 연비에 실용성 갖춰

폭스바겐의 신형 골프. /사진제공=폭스바겐

지난 10월 한 달 간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 수입차는 BMW도 벤츠도 아니었다. 1위를 차지한 차는 602대가 팔린 폭스바겐의 해치백 모델 골프 2.0 TDI였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이유가 궁금했다. 해답을 얻기 위해 골프 2.0 TDI를 지난 24일 서소문공원에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까지 왕복 120km를 주행해봤다.

골프를 마주한 첫 인상은 어떻게 이 차가 벤츠와 BMW를 제쳤을까라는 의문이었다. 후면부 디자인이 독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뿐이고 대형차의 웅장함도 수입차의 우아함도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의 다이내믹함도 느낄 수 없었다. 유럽에서 실용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해치백은 적어도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는 큰 단점이었다.

차에 올라탔다. 사람이 탈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운전석은 큰 불편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뒷좌석은 좁았다. 각종 전자장치를 최소화한 계기판은 심심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주행을 시작했다. 작은 차체로 좁은 도심길을 이리저리 헤쳐나가는 데는 제격이었다. 작은 운전대와 즉각적인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은 흡사 BMW MINI를 모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속 페달은 그리 예민하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밟고 속력을 내기 위해서는 제법 깊게 페달을 밟아야 한다. “왜 이렇게 안나가”하며 페달을 밟다가는 디젤엔진 특유의 큰 엔진 소리에 놀라게 된다.

골프의 진가는 속도를 끌어올린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높은 속도에서의 주행 감각은 “탄환같다”는 느낌을 줬다. 민첩하지만 힘은 부족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도가 더해질수록 속도가 더 빨라졌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시속 150~160km도 큰 무리가 없다. 무게중심이 낮아서인지 고속에서의 회전도 흔들림이 적다. 작은 차체에 낮은 무게중심으로 만족스러운 주행감을 주는 골프는 수입차 오너라는 ‘허세’만 포기한다면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에는 잘 맞는 듯하다.

연비도 우수하다. 신형 골프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차세대 TDI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SG), 에너지 회생 시스템, 오토 스톱 기능 등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골프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6.7㎞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적당히 섞어 주행한 실연비는 이보다 조금 더 나왔다.

현재 골프는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 블루모션,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모델 등이 판매되고 있다. 2.0 TDI의 경우 최고 출력 150마력(3,500~4,000rpm), 최대 토크 32.6㎏·m(1,750~3,000rpm)이며 가격은 3,050만원~3,750만원이다.

골프의 선전은 한국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골프의 실용성에 대한 입소문이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사치품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수입차도 점차 실용성이 차량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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