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6개월만에 박스권마저 뚫었지만 코스닥시장은 기관의 매도공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외국인의 '코스피 사랑'이 시작된 8월23일부터 515~540포인트 박스권에 갇혀 오히려 1%이상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10%이상 올랐다. 올해 초 새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상황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에 대해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고 기관들의 펀드 환매가 일단락되면 상대적 반등세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6거래일간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3,93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7,293억원을 순매도했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수규모가 12조4,374억원, 기관의 순매도규모가 5조8,311억원인 것과 비교해 기관의 매도 강도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셈이다.
결국 코스닥시장이 상승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투신권을 앞세운 기관들이 매수세로 돌아서야 한다는 얘기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기관 입장에서 대형주가 대세인 시장 분위기에서 중소형주를 사기 어렵다"면서 "코스피지수가 지금의 추세대로 계속 오르면 개인들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져 국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고 펀드를 통해 기관으로 자금이 들어오면 기관들이 코스닥시장에도 투자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서 외국인들은 경기민감주에 대한 중장기 베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시장의 상승국면이 주춤해진 이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닥시장의 성격상 내수주 위주로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민감주(수출주)가 다수 포진한 코스피 시장에 대한 투자가 마무리된 다음 후행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 베팅하는 중장기적인 자금이 유입되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경기민감주 위주의 베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의 밸류에이션 차이가 커질 때 후행적으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려면 오히려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관심을 가지려면 하나의 큰 이벤트가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이 바로 11월 중국 경기지표"라며 "중국 경제 지표가 둔화되는 등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 시장의 관심이 내수쪽으로 쏠려 중소형주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 하반기까지는 그런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상승 전환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형 경기민감업종의 영향을 받는 반도체ㆍ조선ㆍ기계장비ㆍ화학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 대표는 "코스닥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반도체ㆍ기계장비 업종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관련 대형 업체들의 호조세에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에서도 경기민감 대형주들의 상승추세와 동행하는 업종들을 골라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