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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유통업체들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 열기가 뜨거울 전망이다.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명 제조사 브랜드(NB)들과의 경쟁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제조업체 대 유통업체 간 대결 구도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저가 32인치 TV로 고객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은 뒤 TV시장에 저가 바람이 불었다. 대형마트에 이어 GS샵, 옥션 등이 비슷한 사양과 가격대의 TV를 내놓고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바람은 올해도 이어져 11번가는 3일부터 같은 가격에 37인치 TV를 판매하며 저가 TV판매 대열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PB제품에 콧방귀도 안 뀌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저가 TV에 대한 소비자 호응에 점차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삼성과 LG는 올해 유통업체 PB상품에 맞서 저가 TV를 내놓을 계획이다.
NB제품에 비해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PB 제품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PB제품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가장 적극적이다. 대형마트 3사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프리미엄급 PB상품 개발과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PB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3~4년 안에 30~4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는 이마트 25%, 홈플러스 27%, 롯데마트 24% 수준이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도 '단독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 롯데슈퍼, GS수퍼마켓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등도 업태와 업체를 가리지 않고 PB상품 개발과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PB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면 해당 업체의 수익성도 그만큼 좋아진다.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만큼 PB상품의 마진율이 NB 상품보다 일반적으로 5~10%포인트 높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브랜드 업체들이 가격인하를 거부하면 2~3위 업체나 중소기업에 PB상품을 개발시켜 기존 브랜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유통업체간 PB상품 경쟁 심화로 소비재 시장의 영역 경계는 더 모호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업태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각 업태의 장점을 기반으로 타 업태의 장점을 흡수한 새로운 형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