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잠수사 배제 진실 공방

■ 세월호 침몰
"정부가 작업 막아" "수색 효율성 위한 것"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잠수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해경 측에서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작업에서 배제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 측은 민간 잠수사들의 실력이 조개 캐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봉합이 아니라 폭발 직전까지 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은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오전10시께 기자들과 만나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정부가 여러 조건을 핑계로 민간 잠수사들이 투입되는 것을 막고 있다"며 "민간 잠수사들이 실제로 입수한 것은 17일 단 하루뿐이었다"고 말했다.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 전국에서 모인 이들은 수색작업에 나서기를 기대했지만 해경 측이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잠수사 등 550명 등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민간 잠수사는 동원만 될 뿐 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민간 잠수사는 "실제로 배를 타고 나가면 준비만 하다 돌아온다"고 말했다.

투입된 민간 잠수요원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간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황 회장은 "수색에 참여할 정예요원 19명은 면책동의서를 스스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면책동의서는 잠수사들이 사고가 날 경우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문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하자 황 회장은 "완전히 (정부에) 기만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황 회장은 정부에서 바지선을 더 배치하고 가이드라인을 추가적으로 설치하면 민간 잠수사들이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은 충분히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럴 경우 구조·수색작업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더 설치하면 줄이 꼬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사고 선박은 160m가 넘는 대형 선박이기 때문에 현재 설치된 가이드라인과 충돌될 지점을 피하면 된다는 게 민간 잠수사들의 논리다.

이 같은 상황이 불거진 데 대해 황 회장은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정부 관계자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며 정부와의 소통 방식에서 문제를 꼽았다.

민간 잠수사들은 또 현재 수색·구조 시스템이 민관군 협업체제라고 거론되는 상황에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작업에 참여하는 민간단체는 정부와 용역을 맺은 한 업체뿐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정부와 계약한 용역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 민간 잠수사는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업체는 돈을 벌러 온 것이고 우리는 순수 자원봉사인데 왜 우리를 투입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과 관이 갈등을 되풀이하면서 감정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일부 민간 잠수사들은 조개 캐는 수준"이라며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양측 간 감정이 격앙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정부와의 갈등이 불거지자 현재 팽목항에 남아 있는 민간 잠수요원은 2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이날 정오쯤 해경 측은 '물때에 맞춰 오늘 오후나 저녁 중 입수한다'는 조건으로 민간 잠수사 20명을 투입하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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