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伊등 위기 확산 막자" 그리스 디폴트 허용도 논의

수뇌부 긴급회동 "2~3주내 결론내야" 신속 마무리 합의
伊선 긴축 프로그램 도입 속도 못내 시장 불안감 커져



유럽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및유럽연합(EU) 수뇌부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스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비롯한 조기 수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주 말 투매 사태에 놀란 유로존 주요 관계자들은 11일(현지시간) 긴급 회동, 이탈리아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스 사태를 신속히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추가 상승하고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의장,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 등 유로존 고위 관계자들은 이탈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이날 아침 긴급 회동했다. 표면적으로는 유로존 전반에 걸친 재정 위기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지만 지난주 말을 계기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이탈리아 리스크를 다루기 위해 모였다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로이터는 ECB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난주 말과 같은 상황을 오래 감당할 수 없다"며 "이탈리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지도부는 그리스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 등 인접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스에 대한 일부 디폴트를 허용하거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ECB가 그리스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2~3주일 안에 그리스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며 "8, 9월까지 미룬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어느 방안이든 유럽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큰데다 민간 부문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다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구제조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도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당사자인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 긴축 프로그램 도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시장 분위기 악화에만 일조하고 있다. 두 달 전부터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이탈리아 정부 및 은행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오히려 사태 수습에 앞장 서야 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 장관이 대립을 지속하면서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계의 유력 지도자인 움베르토 보시 북부동맹 소속 상원의원은 "이탈리아는 향후 몇 달 동안 1,200억~1,300억유로 규모의 국채 발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탈리아 정부와 정계가 단합하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줘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유로존은 그동안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ㆍ스페인 등과 같은 경제 대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스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 구제금융에 애써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의 공공 부채 규모는 2조2,333억달러로 이미 외부 기관의 구제금융 대상이 된 그리스(3,734억달러), 포르투갈(1,769억달러) 등의 6~12배에 달한다. 독일ㆍ프랑스 등과 비슷한 규모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따지면 119.6%에 달해 독일(76.7%), 프랑스(86.3%) 등에 비해 규모가 과하다. 다시 말해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는 EUㆍ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구제금융 대상으로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8일 채권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5.27%를 기록하며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헤지펀드들이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이탈리아의 대표 은행인 유니크레딧과 인테사 상파울로의 주가가 각각 7.85%, 4.56% 하락하면서 이탈리아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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