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駐베이징 사무소는 복마전

정부 예산 따내기 위해 뇌물·향응 제공 다반사
사무소 설치 금지했지만 이름 바꿔 버젓이 활동

주외 사무소와 함께 각급 지방 정부의 주(駐) 베이징 사무소도 온갖 부패와 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어 중앙정부의 대표적인 골칫거리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 베이징 사무소 설립을 금지했지만 성 및 시 등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각종 예산 등을 따내기 위해 사실상 베이징에 사무소를 두고 중앙 정부 관리를 대상으로 로비 및 향응을 제공하고 있다.

재정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예산 기획 및 편성 관련 중앙 부처들은 매년 대략의 예산 배분 계획을 잡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사업에 얼마의 자금을 투입할지는 미리 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방 정부의 주 베이징 사무소는 이들 용처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자금을 끌어 당기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 주 베이징 사무소가 노리는 것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이 특정 부문에 예산을 배정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용처를 밝히지 않은 이른바 '주머니식 예산'이다.

리우시롱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은 지난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정치협상회의) 기간중에 "중앙정부 재정지출의 임의성이 커서 각지에서 '돈으로 유관 부서의 책임자를 매수하여 이익을 얻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며 "주 베이징 사무소가 없어질 때야 비로소 정치가 깨끗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주 베이징 사무소 단속에 나서자 상당수 지방정부들은 주 베이징 사무소의 이름을 바꾸는 등의 형태로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앙 정부는 625개의 주 베이징 사무소를 취소했지만 다른 명의를 갖고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중국 현지 언론인 선전완바오는 중앙정부가 주 베이징 사무소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부패의 토양이 만연해 있어 주 베이징 사무소와 유사한 '신 품종'이 나타날 것이며 이 같은 변종을 근절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현지 언론인 지앤차르바오는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주외 사무소가 주 베이징 사무소의 전철을 밟으며 해당 지방정부 지도자의 접대 및 뇌물 제공 등 부패의 장이 돼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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