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在權(산업부 차장)요즘 인터넷 주가의 「거품」 논쟁이 자못 뜨겁다.
이 논쟁은 「사이버」 경제와 「실물」 경제의 함수관계를 짚어보게 한다.
인터넷주는 천정부지로 치솟는가 하면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다. 미국에서 급락하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급등한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경제현상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그 어떤 일관성이나 합리성도 인터넷주에서 찾기 어렵다. 주식시장의 소비자들로서는 믿음직한 판단 근거를 잡지 못한다. 이같은 혼돈에서 논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인터넷 주식」의 신화를 창조한 포탈업체 「야후」와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현재 종전의 최고가보다 각각 43%, 46.8% 떨어졌다. 「내리 꽂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인터넷 주식 전체적으로는 최고가에서 20% 이상 하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인터넷관련 주식들이 곰(BEAR)이 됐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이처럼 인터넷 주가가 빠지는데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온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인플레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거나, 상장한 인터넷기업 수가 크게 늘어나서 희소성이 사라졌다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야후와 아마존이 지난 4월초 발표한 올 1·4분기 영업실적이다. 야후의 경우 1·4분기에 8,600만달러의 매출과 2,500만달러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비슷한 매출 규모의 서비스·제조업체에 비해 야후의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 영업 성적표로 내려진 냉정한 진단이었다. 그나마 야후는 이익을 내는 거의 유일한 인터넷기업. 아마존은 1·4분기 2억9,360만달러의 매출에 3,000만달러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인터넷 주가가 일제히 빠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부터다. 인터넷 기업의 경영 실상이 노출되면서 후광이 일순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마존의 경우 책값이 싸다는 메리트 때문에 주가가 올랐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창고·배달 등 물류비용이다. 이는 눈에 보이는 실물 부문의 경쟁력 없이 사이버 아이디어만 갖고서 하는 「장사」의 한계를 웅변하는 사례다.
미국은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인터넷 주가가 오름세다. 국내 인터넷 주가를 리드한 기업은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이 회사의 주가는 500원으로 액면 분할하고도 지속적으로 상승, 현재 2만4,550원(26일 종가). 자본금 66억원에 시가총액은 무려 1,360억원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한해 12억5,000만원의 매출에 5억8,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4분기 석달간 이 회사의 매출은 3억7,000만원.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미래 성장성은 있을지언정, 내실있는 회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 인터넷기업에서도 겉보기(주가)와 실적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중에는 인터넷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충분한 주가상승 요인이 된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특히 최근의 「묻지마」식 투자 분위기에서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내재가치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인터넷기업은 단기 차익을 노려 사고 빠지는 투자 게임의 좋은 목표에 불과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우려되는 대목은 바로 여기에서 찾아진다. 인터넷기업, 사이버경제의 주체들은 인터넷에 대한 환상을 틈타고 주가를 펌프질하는 세력들에 의해 미혹돼 인터넷비즈니스 자체를 꽃피우지도 못하고 도중에 희생될 가능성이다. 인터넷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러나 더욱 분명한 진리는 「실물가치 없는 사이버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JA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