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은 가격 폭락 파동의 주역이었던 미국의 석유재벌 2세 넬슨 벙커 헌트(사진)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 노인보호시설에서 사망했다. 향년 88세.
텍사스의 전설적인 석유재벌 해롤드슨 라파예트 헌트의 아들인 헌트는 아버지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재산과 한 때 최대 석유회사였던 플래시드 오일을 물려받았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동생과 함께 인플레이션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은을 사기 시작해 이후 10년간 45억 달러 상당의 은을 사들였다. 형제가 은을 사기 시작할 때 온스당 1.5달러였던 은 가격은 헌트 형제의 사재기로 1980년 1월17일 온스당 5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규제 당국이 개인의 은 보유량을 제한하는 등 규제에 나섰고 이에 헌트 형제가 은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은 가격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결국 1980년 3월27일 목요일, 이른바 ‘실버 목요일’(Silver Thursday)에 은 값이 온스당 10.80달러로 50% 폭락하면서 헌트 형제는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됐다. 이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헌트 형제에게 은 시세 조종 혐의로 1,000만 달러를 벌금으로 부과했고 헌트 형제는 평생 상품 선물거래를 금지당했다. 헌트는 앞서 1969년에는 리비아에 유전을 개발했지만 4년 후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유전을 국유화하면서 이를 빼앗기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호주에 수백만 에이커의 농장과 목장을 소유하고 경마와 고대 동전 수집에도 손을 댔던 헌트는 유가 하락과 토지 가격 하락 등으로 재산이 줄어든 끝에 결국 1988년 5억 달러의 부채를 진 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헌트의 파산은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파산으로 기록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