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주민에 무작위로 전화/“부동산 값 더오르기전 사라”/그린벨트·미등기전매 등 권유… 「한탕」부추겨/일부 중개업자 단속강화 되자 불법행위최근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동향과 관련, 정부가 대대적인 투기단속에 들어감에 따라 일부 부동산중개업자와 분양대행업자들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부동산 매입을 부추기는 부동산투기조장이 활개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오른다」거나 「좋은 물건이 나왔으니 지금 사야한다」며 부동산 투기를 조장,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주부 김지은씨(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는 올들어 이같은 전화를 4차례나 받아 연초부터 속이 크게 상했다. 김씨는 우선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전화를 걸어와 개인의 신상이 노출돼 개운치 않았고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막무가내로 부동산매입을 강권해 기분이 언짢았다.
김씨는 지난 14일 역삼동의 부동산투자회사라고 소개한 전화를 받았는데 『대뜸 「돈을 벌어보지 않겠냐」고 운을 띄운 다음 「대선 이전에 풀릴 것이 확실한 경기도 용인의 그린벨트를 봐났다. 지금 매입하면 자신이 책임지고 차익을 남겨 팔아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팀이 확인한 이 부동산회사는 건설회사의 상가분양을 대행하는 업체로 최근 상가분양이 저조하자 경기도 소재 준농림지와 그린벨트 등의 부동산을 불법 중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자로 부터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아냈다』며 『상당수의 부동산업자들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부동산 매입을 권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수법은 정부가 대대적인 투기단속으로 일부 중개업자들이 문을 닫는 등 투기조장을 통한 부동산거래가 어렵게 되자 최근 부동산가격 앙등 심리에 편승, 불법행위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등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일게 되면 무허가 중개업소나 이동중개업소가 등장하게 되는데 정부의 집중단속으로 이같은 불법행위가 거의 차단되고 있다.
다음달 아파트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이모씨(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부동산중개업소로 부터 비슷한 전화를 받아 기분이 찜찜한 상태다.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전세계약이 곧 끝나지 않느냐. 강동구 명일동에 재건축으로 곧 입주하는 아파트가 있는데 미등기전매로 매입하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권유해와 마음이 동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에 따라 2년전 전세를 성사시킨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 속이 적잖이 상했다.
건설교통부의 최재덕 주택심의관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일부 중개업자들의 투기 조장 등 심리적인 원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화를 통한 부동산 매입권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권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