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사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다시 강조하면서 금산분리나 순환출자 같은 핵심 공약의 이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1일 국정과제 자료집을 발표하면서 경제민주화 용어를 삭제해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창조경제가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거듭 피력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돼야 국민이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제에 창조정신과 활력이 깃든다는 논리다. 경제민주화는 뿌리에, 창조경제는 꽃에 각각 비유한 셈이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제의 중요한 목표"라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모두 근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언급하면서 각종 오해를 상당 부분 불식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앞서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통하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22일 "인수위 인사 중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어 그럴 수(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 삭제)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용어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경제민주화의 항목별 실행시기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정권 초기부터 관련 입법 혹은 법 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 신설의 연내 실행이 유력하다. 인수위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그동안 "대기업 신규 출자 금지와 관련한 사안은 가능한 빨리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대기업의 대주주는 계열사의 지분을 더 이상 늘릴 수 없게 된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 출자도 신규 순환출자로 간주, 금지하기로 해 기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집단의 금산분리 강화 실행시기도 관심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 자료집을 통해 재벌 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분 행사를 5%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79% 중 5%를 넘는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구조다. 실행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으나 빨리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출을 제재하는 '사업조정 일시정지명령제' 도입과 지배주주의 횡령 등 부정행위에 대해 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도 관심을 받는 주요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