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싼 집을 공급할 경우 주변 시세와 해당 주택 분양가의 차이 중 일부를 채권입찰제도로 환수해간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가 아무리 낮아도 입주자가 주변 시세의 80%(판교는 90% 적용)까지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가령 주변 시세가 1억원인데 5,000만원짜리 집을 분양할 경우 3,000만원가량을 채권으로 걷어가는 방식이다. 때문에 주변 시세를 정하는 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주변 시세가 높으면 입주자들이 사야 하는 채권이 많아지고 반대의 경우 그만큼 덜 사도 되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는 한국감정원이 조사하고 국토해양부는 ‘시행지침’을 만들어 계산 방법을 명문화했다. 지난 2006년 판교 분양 때도 그랬다. 그러나 감정원은 국토부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 주변 시세를 높게 평가해 판교 입주자들이 2,000억원가량의 채권을 더 사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판교에서 분양한 100㎡(이하 공급면적 기준)의 주변 시세를 구하려면 성남시 94~106㎡ 아파트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이보다 더 큰 아파트를 기준으로 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아파트의 공급면적은 지하층이 포함되지 않지만 과거 아파트 공급면적은 지하층이 포함돼 있다. 감정원은 현재 기준을 과거 아파트에도 일괄 적용, 인근 지역 아파트의 공급면적을 자체적으로 수정했다.
감정원이 한 것처럼 규칙이 바뀌었다고 100㎡짜리 아파트를 90㎡로 보는 것이 옳은지 여부는 법정에서 다툴 일이다. 그러나 성남시 주택의 공급면적을 감정원 방식대로 모두 재산정해 채권매입액을 계산해도 금액은 큰 차이를 보인다. 판교 입주자들이 감정원 방식대로 계산했더니 전체적으로 1,700억원가량의 채권을 덜 산 것으로 나왔다. 오차 범위를 생각하면 감정원은 이 방법도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궁금증이 커지고 있지만 감정원은 “공개 의무가 없다”며 계산 과정에 대한 공개를 꺼리고 이를 지도ㆍ감독해야 할 국토부도 “감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떠밀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지구에 들어서는 중대형 주택에 다시 채권입찰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산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더구나 투명하고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