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경제 위기 원인은 자본가에게 있다

■글로벌 슬럼프(데이비드 맥낼리 지음, 그린비 펴냄)


얼마 전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시작과 동시에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버리는 일이 있었다. 강의를 담당한 교수는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학생들은 "탐욕스런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가르친다"는 항의의 표시로 수업을 거부한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점령 시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기존 경제질서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거세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시간이 지나도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현재의 경제질서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것이 세계적인 운동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정치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맥낼리 요크대 교수는 현 경제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경기침체라고 말하며 이 '글로벌 슬럼프'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이 슬럼프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신자유주의가 보여주지 못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저항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은 현재의 위기 원인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살벌한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가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허리띠를 조르는 식으로는 위기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악성 은행 채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공 부채로 이전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드러나듯이 은행권의 위기는 주권국가의 채무위기로 그 형태가 변화됐다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표들 중 공황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가장 명료한 것은 통화와 신용의 공급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투자와 지출이 향상될 때 신용은 확대되는데 선진 주요 7개국(G7)에서 상업 대출과 산업 대출이 감소되는 등 경기침체로 진행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향후 한 세대 동안의 정치와 경제는 아주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책은 이 '재구성'을 위해 사람들간의 연대와 저항 활동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강제 퇴거당한 사람들, 인종차별과 분리로 인해 억압받은 사람들 등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에 기반한 정치를 위한 운동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동력임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 때의 저항운동은 신자유주의가 보여주지 못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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