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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북 추정 무인기 조사에 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발언의 수위를 높혔습니다. 접두사로 굳어져 가는 ‘북한이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이란 표현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추정’에서 ‘확실시’로 조금 높아졌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합동조사단은 6가지 정도 정황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①비행 경로 - 사진을 판독해보니 파주에서 발견된 소형기는 1번 국도를 따라 북→남→북의 비행경로를 보였고요. 백령도 무인기는 소청도와 대청도의 군사시설 상공을 비행했다고 합니다.
②엔진과 배기량 - 엔진과 배기량을 따져보니 항속거리가 180~300㎞ 나오는 데 이 정도 거리라면 중국이나 일본에서 왔을 리 없으니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③위장 색상의 패턴 - 세 가지 무인기가 하늘색과 흰색이 혼합된 이른바 저시인성이라는 것인데요. 화려하기 마련인 동호인들의 무인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④지문 - 국내에는 없는 지문이 6개 나왔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북한 아니면 제3국인의 소행으로 간주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입니다.
⑤숫자와 표현 - 세 무인기에는 각각 6, 24, 35가 매직으로 쓰여 있어 일련번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간다는 것입니다. 날짜가 ‘날자’ ‘기용날자’ 등도 북한식 표현입니다.
⑥일련번호 - 주요 부품의 일련번호가 고의적으로 뭉개져 있다는 겁니다. 엔진이나 사진기의 경우 일련번호만 있으면 유통과정의 추적이 가능한데 이걸 고의로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이상 6가지가 합조단이 분석한 북한의 소행이라는 근거입니다. 실은 새로운 내용이 없습니다. 있다면 주요부품의 일련번호가 고의로 훼손됐다는 점 정도가 새로 알려진 정도입니다. 더 문제는 위의 6가지가 모두 정황 근거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과학적으로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군 당국도 북한 소행이라고 확정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다만 수위만 조절했을 뿐이죠
남은 것은 과학적 분석입니다. 주요부품의 일련번호와 비행기록을 알려줄 위성장치(GPS)와 제어부(CPU), 메모리 등을 분석하면 과학적 객관적 증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요.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의로 훼손됐거나’ 망가질까 두려워 아직 분석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실은 불만스럽니다. 정황 증거만, 그것도 이미 알려진 정황 증거만 있고 과학적 객관적 증거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불만입니다. ‘분석에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는 군 관계자의 설명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RC 동호인들에게 문의해 보니 각종 기기 분석에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냐고 반문하더군요.
분명한 것은 두가지 입니다.
①과학적 증거가 될만한 사안은 모두 훼손됐거나 아직 분석하지 않았다.
②앞으로도 한 달은 더 걸려야 분석 결과가 나온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궁금증까지 안겼든 무인기 사건의 중간 결과 발표에 떨떠름합니다. 확실한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는 한 달 뒤까지 보도 역시 크게 제한받을 것 같습니다. 포괄적 엠바고가 적용되는 탓에 쓸래야 쓰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답답합니다./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