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내부의 적 평정…민심으로 천하를 얻었다

수천년전 난세속 中 황제들 통치술은
■ 제왕 (우한 지음, 살림 펴냄)
한 문제, 경기부양책으로 선정
누르하치, 죄있는 친척 무관용등 제왕 13인의 리더십 생생히 담아


중국역사 속에서 숱한 왕조가 탄생했고 소멸했다. 난세를 살았던 중국의 제왕 13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리더십과 통치술을 다뤘다.

중국의 역사는 분열과 통일이 반복된 역사다. 중국역사 속에서 숱한 왕조가 탄생했고 소멸했다. 또 뛰어난 제왕들이 있었는가 하면 폭정과 사치로 몰락을 재촉한 폭군들도 있다. 이 책은 지금부터 수천 년 전 난세를 살았던 중국의 제왕 13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등 국가를 주창했던 진시황, 강력한 경제부양책으로 민심을 잡았던 한 문제, 명확한 상벌로 팔기군을 무적의 전사로 만들었던 누르하치 등과 같은 통치자들은 중국역사에 큰 획을 그었고 오늘날까지 최고의 제왕으로 추앙받고 있다. 제왕의 위치에 오른 통치자는 대부분 나라의 안정을 위해 선정을 베풀고 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황위를 이어받은 후손들은 뚜렷한 정치적 비전 없이 사치와 폭정을 일삼다 왕조를 쇠망의 길로 빠뜨리기도 했다. 이 책은 제왕 13인의 리더십과 통치술을 다뤘다. 저자는 그들이 내부의 적을 평정하고, 민심을 등에 업고 천하를 다스렸으며, 제국을 지킬 힘을 길렀다고 말한다. 통일된 제국의 내부에서도 개국공신과 구세력들 간의 다툼이 적지 않았다. 이런 위기의 정국에서 제왕들은 때론 자기 지지 세력까지 과감히 잘라 내야 했다. 민심을 잃고도 제국을 오래 끌고 간 왕조는 없었다. 당나라의 재상 위징은 그토록 강력했던 수나라 왕조가 3대를 끝으로 멸망한 원인을 수 양제의 폭정과 무리한 대외 전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때 100만 대군을 가졌던 항우도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탓에 결국 천하를 눈앞에서 놓쳤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뛰어난 제왕들은 이런 민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한 문제는 강력한 경제 부양책으로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었고, 한 무제는 통일 제국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동중서의 학설을 지지했다. 또 제국을 지킬 힘을 기르는데도 역점을 뒀다. 누르하치는 30년간 여진 부족들을 대부분 평정하고, 씨족 사회의 생산 조직이던 팔기군을 군사조직으로 변모시켰다. 누르하치의 군사들이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누르하치 특유의 엄격한 상벌제도 때문이다. 누르하치는 전쟁에서 승리하면 공적에 따라 상을 주고, 죄가 있으면 가까운 친척이라도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팔기군은 전쟁터에서 필사적으로 싸웠으며 늘 사기가 충천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국이 통일됐다고 전쟁이 끝나지는 않는다. 유방은 초나라와의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지만 제후국들의 반란으로 죽을 때까지 전쟁터를 누비고 다녀야 했다. 천하를 노리는 무리들이 우후죽순 궐기하는 시대의 제왕들에게 전쟁은 숙명이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훌륭한 재능이었다. 유방은 소하와 한신 등 뛰어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써서 천하를 얻었고, 누르하치는 분명한 상벌로 자신의 팔기군을 천하제일로 만들었다. 저자는 제국을 지키는 힘은 제왕들이 전쟁을 이해하는 능력은 물론 군사 통솔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성공한 왕조와 제왕들은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가의 생산력을 높여왔다고 밝힌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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