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의 효용성


어떤 야구팀도 단 한 명의 선수에만 의존해 시즌을 풀어나갈 수는 없다. 화끈한 홈런이 좋다고 이승엽만으로 팀을 꾸릴 수는 없다. 실점이 싫다고 윤석민, 류현진으로만 팀을 구성할 수도 없다. 이승엽이 부진할 때는 다른 타자들이 원활한 공격력으로 이승엽의 부담을 덜어 줘야 하며, 윤석민이 부진할 때는 불펜 투수들이 뒤를 받쳐 줘야 경기에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배분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전세계 경제가 확장국면에 놓여 있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위험자산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주식ㆍ하이일드 같은 위험자산들이 성과를 이끌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위험 선호도의 급격한 하락 국면에서는 채권ㆍ 금ㆍ달러 등 안전자산과 대체 자산들이 위험을 분산시키고 성과를 지켜내 줄 수 있다. 각 국면에 맞는 자산군을 선택했다 해도 해당 자산군 내에서 한국 주식이 부진하다면, 미국 주식이 성과를 견인하고 국채가 부진하면 투자등급 채권이 힘을 주는 등 투자목표 달성을 위한 팀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매 시즌마다 포트폴리오라는 팀이 어떤 팀 컬러를 가지고 운영될지는 시즌마다의 경제상황과 매크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때마다 팀의 에이스로 누가 선발될 것인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지난 2002~2011년까지 한국, 이머징 주식, 일본, 유럽, 미국 등 총 5개 국가들의 주식(총 4,363 종목)에 모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5개국 주식시장 변동성의 평균은 18.5%로 한국ㆍ이머징 주식에만 투자했을 경우보다 변동성 수준이 낮아졌다. 실제 각국 동일비중의 100%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경우 변동성은 16.2%까지 떨어져 일정 부분 위험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투자대상을 주식에만 국한하지 않고 채권ㆍ원자재ㆍ리츠 등으로 분산 투자한 경우 역시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수준이 각 자산군의 평균 변동성 대비 현격하게 낮았다.

간혹 많은 투자자들은 "서로 성격이 다른 자산을 결합해 분산하면 변동성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수익률 또한 미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단일 주식과 글로벌 자산배분 간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는 탁월한 연환산 수익률을 기록(약 10% 수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양한 자산군의 결합을 통해 예상치 못한 위기 국면에서도 하락폭을 제어하고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보다 우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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