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처리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명암이 엇갈렸다. 이 원내대표는 두 차례 합의를 번복한 야당과 세월호 유족의 빈틈을 비집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실상 유족의 특검 추천 참여도 막았다. 지난 26일 본회의 법안 상정을 정의화 국회의장이 거부하자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야당과의 협상을 거부하는 배수진을 치며 협상력을 높였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내준 게 없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보기 나름이다. 우리는 다 뺏겼다"고 엄살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협상 초반 "야당에 특검 후보 추천권을 주겠다"고 한 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이후 정치력도 발휘하지 않아 세월호 정국에서 손해를 봤다. 김 대표는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 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나 지난해 말 철도파업 때 해결사로 나섰던 정치력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의 정 의장의 뚝심도 빛났다. 정 의장은 26일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의 90개 법안 상정 요구를 거부하고 "조금 기다려달라는 야당의 진정성을 믿는다"며 30일 본회의를 예고했다. 즉각 이장우 의원 등이 '의장촉구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하는 등 수모가 이어졌다.
30일 오후2시 본회의를 연 정 의장은 여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의총을 하는 동안 기다리자"며 여야 합의를 종용했다. 야당 의원 40여명에게 전화해 등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저녁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유병언법의 10월 패키지 처리와 국정감사(10월7~27일) 일정에 합의해 오후7시반부터 열린 본회의에서 90개 법안을 무난하게 통과시킬 수 있었다. 그는 여당에 끊임없이 타협을 주문하면서 16일 직권으로 정기국회 일정을 결정해 야당의 등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등 체면도 구겨졌으나 조용히 김재원 수석부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혼냈을 뿐 싫은 내색은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고광본·김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