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지도자의 산실인 경기여고가 15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국민계몽운동의 일환으로 개인이 설립하거나 외국인 선교사가 포교를 목적으로 세운 사립학교는 많았지만 국가에서 세운 여학교는 우리 역사상 경기여고가 처음이었다. 경기여고는 지난 1908년 4월 순종 황제가 칙령으로 여자교육령을 선포, 최초의 여자 공교육기관인 관립 한성고등여학교가 설립되면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에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ㆍ경기공립고등여학교 등으로 교명을 바꿨다가 해방 이후 다시 경기공립여자중학교ㆍ경기여자중학교로 변경됐으며 1952년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분리됐다. 1969년 중학교 평준화 조치와 함께 경기여중은 1971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으며 이후 경기여고만 남았다. 개교 당시 한성부 서쪽 뒤편(현 종로구 도렴동)의 한옥에서 시작해 종로구 재동ㆍ정동 등으로 교사(校舍)를 옮겼다가 1988년 이후에는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지금의 현대식 건물을 사용하게 됐다. 경기여고 졸업생은 교육계ㆍ학계ㆍ정계ㆍ사회단체 등 여러 방면에서 여성지도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1911년 31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올해까지 3만7,000여명이 이 학교를 거쳤다.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나라 여자 의사 111명 중 최소 14명이 경성여고보 출신이었다. 이 학교 출신인 매일신보 이각경(3회)과 마현경(16회)씨는 각각 최초의 여성기자와 아나운서로 기록돼 있다. 현재 정계에서는 최초의 여성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이성남 민주당 의원과 최초 여성 법원장 출신인 이영애 자유선진당 의원, 최초 여성 법무부장관인 강금실 전 장관 등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법조계에는 김영란ㆍ전수안 대법관 등이 있으며 재계에는 장영신(사진 왼쪽) 애경그룹 회장과 현정은(오른쪽) 현대그룹 회장, 연예계에는 배우 김혜자ㆍ김지영ㆍ박선영씨, 가수 이미배, 양희은, 자우림의 김윤아씨 등이 동문이다. 경기여고는 개교기념일인 15일 교내에서 100주년 기념관 건립 시공식을 열며 양장패션 100년사를 주제로 특별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