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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막상 없앴더니… 놀라운 결과
'디지털 단식' 처음엔 답답했지만 가족 대화로 삶의 여유 되찾았죠■ 서울경제지 기자 체험기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송대웅 기자
스마트폰, 너의 존재를 지웠다… 그랬더니
인터넷 검색·앱 사용 못해 친구 잃은 듯 허전했지만
출근 때 지하철서 책 보고 뉴스 속보는 2G DMB로
2~3일 지나니 적응돼요
"스마트폰 해지하러 왔는데요."
4일 30개월간 사용해오던 스마트폰을 해지하러 한 통신사의 대리점에 들렀다. 스마트폰 구입을 기대하던 대리점 직원의 실망한 듯한 눈빛을 애써 외면한 채 해지서류를 작성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해지됐다는 마지막 문자가 온 후 나의 스마트폰은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며 불통이 됐다.
그동안 017번호의 2세대(2G)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함께 사용해왔는데 스마트폰에 따른 각종 부작용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기사를 주로 다루다 보니 스마트폰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약정 기간이 만료되고 017번호를 계속 고수하고자 최신 2G폰을 구입하면서 스마트폰을 해지했다.
스마트폰을 해지한 첫날은 항상 같이 있던 친구가 없어진 듯한 허전함이 느껴졌다. 무심코 인터넷을 검색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있는 포털 애플리케이션을 눌러보기도 했다. 먹통이 된 스마트폰에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는 화면이 뜨자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나마 카카오톡과 트위터 등을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으로 생각될 정도로 스마트폰의 빈자리는 컸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뉴스를 검색하고 게임을 하다가 불을 켜고 자기가 일쑤였는데 이날 모처럼 불을 끄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약간 일찍 깼는데 상쾌한 기분이 들고 머리가 맑았다.
출근시 지하철 안의 답답함을 해결하고자 조간신문과 책장에서 먼지가 쌓여 있던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평소 같으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전자책을 읽고는 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주변을 둘러봤는데 모두 한결같이 스마트폰의 조그마한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풍경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2~3일이 지나자 스마트폰 없는 생활에 점차 적응이 되고 오히려 생활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가족과 밥을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무엇보다 취침시간이 1~2시간 정도 빨라져 수면시간이 늘어났고 눈의 건조증상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신속히 봐야 하는 뉴스는 2G 휴대폰 DMB의 뉴스속보 채널을 활용했다. 2G 휴대폰은 한번 충전으로 2~3일은 끄떡없는 만큼 스마트폰 사용시 배터리가 빨리 소모돼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 하던 불편함도 없어졌다.
스마트폰 없는 5일째 되던 날 내가 내린 결론은 '스마트폰으로 얻을 수 있는 편리함을 조금만 포기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신과 의사들도 디지털중독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디지털 단식을 권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을 누리고 살 것인가, 아니면 아날로그적 삶의 여유를 가질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