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EU(유럽연합)이 15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한 EU FTA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쉬튼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한-EU 통상장관회담 개회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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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우리 정부가 EU 27개국과 FTA에 가서명한 것은 협상의 가시적인 결실을 이제야 거뒀음을 의미한다. 내년 발효를 감안 할 때 한ㆍEU FTA 시대의 내년 개막이 확정된 셈이다.
지난 40여년 미국과 일본을 발판으로 산업화를 이뤘다면 경제선진화를 향해 EU를 새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세계 최대시장이자 선진 경제권인 EU와의 FTA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신인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향후 15년간 최대 2조8,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등 농수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ㆍ중ㆍ일 이어 유럽을 품 안에=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는 인구 5억에 18조4,000억달러(2008년 기준)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번째 교역국이지만 외교ㆍ사회ㆍ문화뿐 아니라 경제ㆍ통상 분야 관계도 미국ㆍ중국ㆍ일본에 비해 크게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동맹으로 불리는 FTA를 미ㆍ중ㆍ일보다 먼저 맺게 돼 관계 개선 속도가 크게 높아지며 우리나라의 국제관계를 명실공히 다원화할 수 있게 됐다.
또 EU는 멕시코ㆍ칠레ㆍ아프리카 등의 나라들과 FTA를 맺고 있지만 무역 규모가 큰 국가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FTA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 그 경제적 효과가 독점적이다. 대(對)일 무역적자의 주범인 부품ㆍ소재 산업에 있어 FTA를 통해 EU에 메리트를 부여, 일본을 견제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지지부진한 한미 FTA 비준에 EU가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EU와 FTA 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중국으로부터는 투자 유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 FTA를 맺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선도적 역할을 가속화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 속에 보호무역 바람이 거세지는 지구촌에 한국이 자유무역에 앞장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최대 수혜 VS 축산ㆍ낙농업 최대 피해=자동차산업은 한ㆍEU FTA의 최대 수혜 업종이다. 지난해 한국차의 EU 수출은 40만8,934대(약 51억달러)로 증가 추세인데 EU측 관세는 10%로 높은 편이다.
FTA가 발효되면 1,500㏄ 초과 중대형차는 3년 내, 1,500㏄ 이하는 5년 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관세철폐 효과가 단기간에 큰 편이라 유럽 차업계가 아직도 반발할 정도다.
전자업계도 FTA를 기다리고 있다. 당장 평판디스플레이(3.7%), 냉장고(1.9%), 에어컨(2.7%)의 관세가 발효 즉시 철폐된다. 특히 14%의 고율관세가 붙는 컬러TV도 5년에 걸쳐 무관세가 된다.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업체도 가전제품과 휴대폰 수출이 늘면 덩달아 매출 증대가 예상돼 기대에 부풀어 있다.
EU의 관세가 17%에 달하는 신발도 3년 후부터 세금이 없어져 국내 신발 제조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U가 제조업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대기업이 즐비한 화학과 기계 부문은 국내의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축산ㆍ낙농업계의 직접적 충격이 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수산업에서 한ㆍEU FTA 발효로 15년간 최대 2조8,000억원의 생산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부분 피해가 축산과 낙농업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은 40%가 넘고 특히 냉동 삼겹살은 전체 수입물량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치즈와 분유도 관세 철폐기간을 늘렸지만 대신 낮은 관세로 도입하는 물량이 적지 않다. 이미 EU산 낙농품 수입액은 연간 1억3,000만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