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킹(사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9일 "북한의 정보 봉쇄 및 통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방문 중인 킹 특사는 이날 이화여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일시적으로 외부에 나와 있는 북한 주민과의 면담을 바탕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34%가 꽤 정기적으로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고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깥 세계의 정보에 대한 북한의 여러 제한에도 북한 주민들이 점점 외국 정보를 찾고 있다는 징후들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당국이 주민을 통제하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 이외에 다른 어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갖기도 아주 어렵다"면서 "우리는 북한 정부가 독점하는 정보에 대한 통제를 깨야 하며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에 대한 아이디어나 여건, 현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탈북자를 면담한 내용과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8만~12만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을 방대한 수용소에 가둬놓고 있다"면서 "이들은 강제노역이나 비인간적 여건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택 처형사건에 대해 "평양의 한 식당에 외국인 등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TV에서 장성택 공개처형이 방영됐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현장에서) 그 뉴스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즉각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식당 사람들은 일순 침묵했다. (북한 주민들은)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포심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런 여건 때문에 탈북도 굉장히 어렵다. 탈북했을 때 국경 근처에만 가도 총살 위협이 늘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미 있는 통일을 이루려면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북한 내부에도 한국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있어서 한국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통일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에 대해 "북한 인권침해 상황의 심각성을 국제사회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와 손잡고 북한에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COI 권고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에 대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그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 문제와 관련, "북한이 처음에는 배씨 사건을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따르는 것 같지 않다"면서 "북한이 이를 어느 정도 연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과거 억류 미국인 석방이) 일관성 있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면서 "방북 의사가 있다는 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