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中 최대 무역박람회 '캔톤페어' 가보니…

아이디어 제품 부스 북새통… "기지개 켜는 中경제 보는듯"
한국업체 사상최대 규모 참가… 中 내수시장 공략 의지
불황여파 선진국 참여·거래액은 줄어 "아직 냉기도 남아"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제105회 캔톤페어가 열린 중국 광저우(廣州)시 파저우(琶州) 전시장은 바이어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16일 전시장 내의 한국관에도 적잖은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광저우=문성진특파원

박종식

저우자화(周佳樺)

중국 제조업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주강(珠江) 강변에 자리잡은 파저우(琶洲)전시장.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인 105회 캔톤 페어(Canton Fairㆍ광저우교역회)의 1기 전시회 이틀째인 지난 16일. 전날에 비해 바이어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지난 15~19일 개최된 이번 캔톤 페어는 여느 때와 달리 썰렁한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전시 참가기업과 계약성사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 그러나 세계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 후 처음 열리는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고 여전히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 기업들의 참가가 역대 최대를 이뤄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우리 기업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서울경제 취재진은 이번 캔톤페어 현장에서 중국경제가 이제 막 깊은 '겨울 잠'에서 깨어나 경기회복을 향해 힘차게 기지개를 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내수겨냥 아이디어 제품 부스'북새통'= 이번 전시회의 인파가 줄었다고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제품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부스들은 한결같이 바이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올해 참가 기업수를 줄인 대만관에 위치한 리드텍전자는 발 들여 놓을 틈 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이 업체가 이번 캔톤페어에 출품한 제품은 인공지능 로봇청소기. 이 제품은 인터넷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할 뿐 아니라 주택에 무단 침입한 사람을 이메일로 통보해 주는 방범기능까지 갖췄다. 도매가격 150달러인 제품이 소매가로 450달러에 비싸게 팔리지만 시장에서 대단히 인기가 높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량징즈 리드텍전자 해외판매업무부 매니저는 "올해 네 번째 캔톤 페어에 참가했는데 지난해보다 박람회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우리 부스엔 바이어들이 몰려 불황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를 제조하는 한국 업체 예주월드의 부스도 바이어들로 북새통이었다. 이 회사 제품은 품질도 우수하지만 미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이어서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인기몰이의 비결이라고 회사측은 자랑한다. 예주월드는 지난해 봄 캔톤페어에서 40만달러 어치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일부 바이어는 수 십대씩 주문을 넣기도 해 현재 말레이시아, 터키, 예멘 등 중동국가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 민경한 이사는 "올해도 박람회 첫 날부터 계약이 이뤄졌고 곧바로 송금까지 받았다"며 "이번 캔톤페어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에 대한 인기도 높은 편이었다. 미세전자파를 이용한 안마 치료기를 제조하는 한국업체 셀리온의 김석주 부사장은 "이번에 처음 캔톤페어에 참가했는데 새로운 제품이어서인지 바이어 관심이 제법 높다"며 "첫날부터 가격문의와 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 불황 속 한국기업 참가 최대 기록 = 불황 속에서도 이번 전시회의 한국업체 참가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KOTRA를 중심으로 조직된 한국관 72개사와 서울시의 하이서울,무역협회 등 기관을 통해 참가한 기업까지 합하면 103개사나 돼 해외 참가국으로선 최대규모다. 그만큼 국내 업체들이 이 행사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는 증거다. 전기밥솥업체 쿠쿠전자 박문철 해외영업팀 과장은 "그 동안 중국업체와 가격차가 40%나 나서 어려웠지만 이젠 10%선에서 가격경쟁이 가능하다"면서 "캔톤페어는 고정 바이어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네잎클로버로 각종 장식품을 만드는 에스와이피 이석원 사장도 "매년 캔톤페어에서 7만~8만달러 어치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올해엔 첫날에 벌써 10만달러 규모 상담을 마쳤다"고 밝혔다. KOTRA 광저우무역관의 이성호 과장은 "이번 박람회에서 외국기업들 가운데서는 한국이 최대 규모로 참가했다"면서 "111만㎡중에 1만5000㎡ 부스를 차지했고 한국관에 72개사가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 그러나 아직'냉기'는 남아=캔톤 페어와 더불어 광둥지역 경기도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 지역의 올해 1월 교역액은 35%나 줄고 2월에도 25% 하락했으나, 3월 이후 회복세가 체감되고 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3월 중국 해외무역 총액 감소 폭은 1~2월에 비해 6.3%포인트 낮아져 회복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냉기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이 지역 남방도시보에 따르면 이번 1차 캔톤페어 전시회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참가 바이어의 숫자는 10% 줄었고, 거래 성사액은 30%나 감소했다.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특히 선진국 바이어의 참여가 급감했다. 유럽 바이어들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무려 40.67%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북미 바이어들도 22.75%나 줄었다. 하지만 중동ㆍ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바이어들의 발길은 늘어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잠재력을 느끼게 했다. ☞ 캔톤페어란 캔톤 페어(Canton Fairㆍ中國進出口商品交易會)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지난 1957년부터 매년 2차례 열리고 있는 중국 최대의 무역전시회다. '캔톤(Canton)'은 '광둥(廣東)'의 광둥어식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것. 중국 상무부와 광둥성이 공동 주최하며, 이번 105회 캔톤페어는 광저우의 파저우(琶洲)전시장에서 4월 15일부터 5월 7일까지 진행된다. 행사 기간은 3기로 나눠지는데, 1기(4월15일∼19일)에는 가전ㆍ기계ㆍ컴퓨터, 2기(4월24∼28일)에는 주방용품ㆍ완구, 3기(5월3일∼7일)에는 섬유ㆍ의료용품ㆍ식품 등이 전시된다.
"한국제품 품질 경쟁력 돋보여"

박종식 KOTRA 광저우 무역관 관장

"이번 캔톤페어에서 한국제품의 경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캔톤페어 현장에서 만난 박종식 KOTRA 광저우 무역관 관장은 "캔톤페어가 계약 등 실질적 성과면에서 중국 최고의 무역전시회여서 한국기업들의 참가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관장은 "캔톤페어는 중국상품과 한국상품이 비교되는 전시회이기 때문에 기술력과 제품력이 있는 한국기업에게 좋은 기회"라면서 "인도와 스리랑카, 터키 등 다른 나라 제품도 주변에 전시되고 있는데 한국제품이 디자인이 좋고 품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위기 여파로 캔톤페어가 다소 영향을 받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구매의사가 확실한 바이어가 많이 찾는 만큼 성과는 알찰 것"이라며 "특히 원화약세로 한국 수출업체에겐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전보다 가치 있는 상담이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광둥지역 경기와 관련, 박 관장은 "광둥 경기는 1월에 교역액이 35% 하락하고 2월에 25% 하락했지만 2월이 1월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좋아져 개선추세"라며 "한국과의 교역도 1월에 45%나 줄었으나, 최근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광둥의 경제가 아직 마이너스지만 개선추세라는 게 중요하다"면서 "컴퓨터 케이스 등 비닐제품과 CPU 메모리, LCD패널 등 3가지 제품을 보면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데 한국과 수출입 동향을 보면 2월 이후 개선의 기운이 확연하다"고 밝혔다.

"캔톤 찾는 바이어들 점점 늘듯"

저우자화 대만 타이베이세계무역센터 전문가

캔톤페어가 펼쳐진 파저우(琶洲)전시장에서 만난 저우자화(周佳樺) 대만 타이베이세계무역센터 시장개척부 대륙팀 전문가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첫날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홍콩에서 열린 홍콩전자전(13~16일)과 연결해 홍콩에서 광저우로 넘어온 바이어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우 전문가는 올해 켄톤페어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으면서도 회복의 기운이 나타나고 진단했다. 그녀는 "첫날은 박람회장을 찾는 사람들이 적어서 참가 기업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 캔톤페어 참가자들이 작년에 비해 10% 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캔톤페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저우 전문가는 "박람회 주최측이 참가기업을 조직하는 각국 협회 관계자들에게 숙박은 물론 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등 흥행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캔톤페어는 중국 최대 규모 전람회여서 현장계약도 많이 이뤄진다"면서 "올해는 작년에 비해 현장계약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지만, 박람회를 한번 돌아보고 나서 다시 협상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만은 불황의 영향으로 이번 캔톤페어 참가가 매우 저조하다고 저우 전문가는 전했다. 그녀는 "올해 캔톤페어에는 대만에서 비철금속과 가전업체 등 중소 기업들이 주로 참가했는데, 참가업체 수는 59개사로 작년에 74개사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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