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이후 41일 동안이나 지속된 탈레반 인질사태를 인질 전원석방이라는 극적인 합의로 이끌어내는 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의 막후 중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8일 탈레반과 우리 정부가 남은 인질 19명을 전원 석방키로 합의한 자리에 인도네시아 고위관리 2명이 참석해 중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번 납치사태의 시작부터 탈레반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흐타둘 우라마’는 성명을 통해 탈레반이 여성을 억류해서는 안된다는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전 세계 무슬림이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탈레반이 비록 배형규씨와 심성민씨는 살해했지만 여성 인질 2명을 살려 보낸 것은 ‘나흐타둘 우라마 등 인도네시아의 영향력 있는 이슬람 단체들의 강력한 비난이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이에 앞서 한국측과 탈레반의 최초석방 합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압둘라 사우디 국왕을 예방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 인질 석방을 도와달라는 물밑 접촉을 진행했다. 사우디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탈레반의 존재를 승인했던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이다. 특히 중동지역이 이슈화 될 때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던 미국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자임해온 국가다. 한국 정부는 사우디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측에도 다각적 협력을 요청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들 국가의 적극적인 중재가 인질 사태가 장기화 되며 사태를 마무리하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탈레반을 전격적인 결단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