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스마트폰 덕분에 미국 청소년 폭력 줄어"

미국에서 최근 들어 어린이·청소년 폭력 사건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의 보급과 길어지는 불황이 원인인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 뉴햄프셔대학 연구진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소아과학’지에 2003년부터 2011년까지 2∼17세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발생한 50개 유형의 폭력 관련 사건의 추이를 분석해 소개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50개 폭력 유형 가운데 27개 유형이 이 기간 동안 크게 줄었다. 특히 폭행, 왕따 등 괴롭힘은 이 기간 각각 33%가량 줄었고, 성폭행은 25% 감소했으며 정서적 학대는 26% 줄었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나머지 23개 폭력 유형 중에서도 의미를 둘 만한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은 전혀 없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불경기가 어린이·청소년 관련 폭력 사건 급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데이비드 필켈허 뉴햄프셔대학 어린이 범죄 연구센터 소장은 “특히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어린이·청소년 폭력을 줄이는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기침체기에는 대체로 폭력 사건이 늘어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나타났는데, 연구진이 조사한 기간 가운데 2008∼2011년 사이 미국은 극심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폭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덕분에 실제 물리적 폭력을 초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범죄 조사·추적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첨단 장비와 기술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정부와 학교 등이 시행하는 폭력 예방 프로그램, 공격적인 성향을 치유하는 심리·약물 치료기법의 향상도 어린이·청소년 폭력 예방에 도움이 됐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