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대규모 회계부정 '일본판 엔론' 수십년간 투자손실 메우려 회사자금 유용·분식회계 최소 1,300억엔 달할 듯
입력 2011.11.08 17:54:53수정
2011.11.08 17:54:53
지난 2001년 글로벌 경제를 패닉으로 몰아 넣은 '엔론 사태' 발발 10년 만에 대규모 회계조작 사건이 일본에서 재연됐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카메라 제조업체인 올림푸스는 수십년간 투자손실을 메우기 위해 막대한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등 분식회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주식회사 일본'의 투명경영에 치명타를 안겼다.
다카야마 슈이치 올림푸스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90년대부터 유가증권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문제가 된 인수합병(M&A) 자문수수료 등을 과다 지불해왔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모리 히사시 부사장을 해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림푸스는 1990년대에 발생한 투자손실의 계상을 미뤄 대차대조표를 위조하는 한편 손해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회사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올림푸스 사태는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악성채무나 자산을 숨기는 '도바시'가 여전히 관행처럼 자리잡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올림푸스가 손실보전에 쏟아부은 자금은 최소한1,300억엔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돼 일본 역사상 최악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1997년 2위 증권사인 야마이치증권이 분식회계가 들통나는 바람에 100년 역사의 막을 내린 바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올림푸스가 엔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올림푸스 주가는 29%나 폭락해 가격제한폭에 근접했으며 도쿄증권거래소는 분식회계의 실상을 조사한 후 올림푸스를 상장 폐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며 "올림푸스 사태가 일본 경기 전체를 급냉각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푸스 회계 스캔들은 지난달 14일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우드퍼드가 해고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우드퍼드 전 CEO는 "올림푸스가 과거 영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자이러스와 일본 내 3개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인수자문료를 지급해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증발했다"며 이를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에 수사 의뢰했고 이후 미 연방수사국(FBI)까지 수수료 과다지급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며 국제 문제로 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