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 음악여행을 떠나보자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10시30분께 예술의전당은 30~70대로 보이는 커플들로 가득 찬다. 커피 한 잔씩 들고 음악분수를 비롯한 예술의전당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마냥 행복해보인다. 11시5분 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한 이들의 발걸음은 콘서트홀로 사라진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클래식의 향기와 감동을 만나기 위해서다. 매달 한 차례씩 열리는 예술의전당 토요 콘서트의 모습이다. 예술을 통한 정서적 재충전 여러분들의 토요일은 어떠한가. 유명 관광지로의 주말여행이 새로운 한 주를 위한 재충전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막힌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지난 2004년 대규모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시작된 주5일 근무제가 7월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돼 거의 모든 사업장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20세기 후반기의 경제적 성장은 우리에게 21세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 같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 대부분의 도시에 공연장이 없는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문화의 시대를 영위해갈 문화역량과 감성을 심어주고 가꿔갈 하드웨어는 충분하다. 한 달여 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다녀왔다. 세계 최고 콩쿠르 시상식에서 "코리아"가 연이어 불리며 역대 최다 한국인 수상자가 배출된 현장에서 느낀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제 우리의 젊은 음악가들이 세계 굴지의 콩쿠르를 석권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연주회장을 채울 소프트웨어는 이미 넘쳐나기 시작할 정도다. 이제 세계 정상급인 우리 음악인들이 펼치는 예술무대를 찾아 자신을 재충전하고 예술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 자동차 그룹의 한국인 최고경영자(CEO)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오페라단의 고문을 맡을 정도로 열렬 오페라 후원자인 그에게 오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독일 본사 회의나 세미나에 참석할 때마다 다른 유럽지역 CEO들과의 대화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대부분이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에 관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술적 관심과 소양이 다른 어떤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답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로 불린다. 국가나 개인의 경쟁력이 경제능력이 아닌 문화역량으로 평가되고 지식ㆍ기술 못지않게 감성이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삶의 패러다임 역시 '경제적 여유 추구'에서 '삶의 질 추구'로 변해가고 있다. 삶의 질과 관련, 관심이 가장 집중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의전당 관객이 개관 이후 2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참여 욕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삶에 대한 만족감·자신감 증가 '클래식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은 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순수예술을 통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 장애가 돼왔다.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매개는 '소통'이다. 많은 기획자들이 클래식과 일반 대중을 연결하는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기획 아이디어와 연출을 통해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많은 클래식 프로그램들이 우리 주변 공연장에 충분히 준비돼 있다. 우리의 선택만 남아 있다. 이제 한 달에 한 번쯤은 공연장으로 품격 있고 아름다운 음악여행을 떠나보자. 그 곳에서 위대한 작곡가ㆍ연주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서적 재충전을 해보자. 재충전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질이 높아지고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우아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만족감이 인생에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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