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대구·경북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미스매치란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과 채용을 원하는 기업 간에 생각이 달라 구직자는 구직자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권역별 노동수급 미스매치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일자리 미스매치지수는 지난 2008~ 2009년 평균 15.6%에 불과했지만 2010~2014년 26.6%로 11%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같은 변동 폭은 전국 최고로 평균(5.1%포인트)의 2배가 넘는다. 미스매치지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직자 비중을 의미한다. 수치가 클수록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구·경북의 미스매치 문제가 극심해진 이유는 인근 울산과 관계가 깊다. 김영근 과장은 "금융위기 이후 대구·경북에 자동차 부품, 섬유공장 등이 증가해 직원을 뽑으려는 기업도 덩달아 늘었지만 현지 인력들이 현대자동차가 있어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울산으로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구 지역 사업체(5인 이상)의 월평균 임금은 235만원, 경북은 270만원이지만 울산은 295만원이다. 이에 매년 560명(2009~2014년 평균)가량의 대구·경북 청년층이 울산으로 유출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에 대학들이 몰려 있어 고학력자가 많은 반면 사무직·서비스업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대구·경북의 대졸 이상 경제활동 인구 비중은 2008~2009년 평균보다 2010~2014년에 3.8%포인트 늘어났다. 수도권(3.9%포인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빠른 상승세다.
이외에 충청권도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했다. 2010~2014년 평균 충청권 일자리 미스매치 지수는 30.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008~2009년에 비해 3.7%포인트 상승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수도권 규제 정책의 반사효과로 제조업 비중이 빠르게 상승했지만 구직자가 적어 기업들이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충청권의 제조업 비중은 2008~2009년 39.7%에서 2010~2013년 45.3%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세종시 건설 등으로 고학력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관리·전문·사무직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했다.
서울 등이 포함된 수도권의 미스매치지수(2010~2014년 평균)는 26.1%로 전국 평균(26.3%)보다 소폭 낮았다. 2008~2009년에서 0.8%포인트 늘어나 현상을 유지했다. 김 과장은 "본사·연구기능의 수도권 집중으로 관련 일자리가 증가한 데 힘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능직의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어 근로여건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리·전문·사무직 부문에서는 구직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주력산업과 관련된 연구기능 확충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