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상임감사 10명 중 6명이 정치와 군경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기업 감사는 억대 연봉과 판공비 등 각종 의전을 제공받지만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차제에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공기업 22개사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 www.alio.go.kr)에 공시한 정보 등에 따르면 현재 근무 중인 공기업 상임감사 22명 중 10명이 정치권에 몸을 담은 적이 있는 이른바 ‘낙하산형’ 인사들이다.
대한석탄공사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공항공사 등 3개 공기업의 상임감사는 청와대에서 비서관·행정관 등으로 재직한 바 있는 정치권 출신이다.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 한국관광공사, 마사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7개 공기업의 감사는 정당인으로서 상당기간 활동한 후 이들 공기업으로 왔다.
한국감정원과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4개 기관은 이들 공기업의 업무와는 큰 상관 없는 군경 출신이 상임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즉 현직 공기업 상임감사 22명 중 14명(63.6%)이 해당 공기업과 큰 관련이 없는 정치권이나 군경 출신 낙하산인 셈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4개 기관은 감사원 출신이, 한국석유공사는 국무총리실 출신 등 사정 기관 출신이 맡고 있어 낙하산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토지공사에서 오래 재직한 한국수자원공사 강대가 감사나 한국서부발전 등에서 재직한 한국남동발전 조우장 감사 정도가 그나마 업계에서 전문성을 쌓고 상임감사로 재직 중인 인사다.
30개 공기업 중 인천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5개 공기업은 감사를 비상임으로 두고 있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조폐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상임감사 보직이 공석이다.
공기업 감사 대다수는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업무와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5개 공기업 상임감사의 평균 연봉은 1억2,800만원으로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서부발전 등 기관은 상임감사에 1억5,000만~1억6,000만원의 연봉을 주고 있다. 대부분 공기업은 이들 감사에게 판공비와 사무실, 차량과 기사 등 기관장에 준하는 대우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하는지에는 의문 부호가 찍혀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마사회, 한국석유공사에 ‘D’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원전사고 은폐와 뒤이은 납품비리 사건 등이 재발하는 가운데에서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부분이 비판을 받았다.
공기업 직원의 부정·부패나 방만 경영이 남발해도 해당 회사의 상임감사가 법적인 책임을 진 사례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공기업 감사 대부분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권 낙하산이다 보니 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보다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면서 보수만 챙기는 경우가 상당하다”면서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회사에 과도한 민원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감사를 통해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감사의 직무능력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법령으로 규정해야 한다”면서 “경제학·경영학·법학 교수나 해당 분야 10년 경력 등을 제시할 경우 낙하산 감사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제안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