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결국 사퇴] "과거 정부와 인연있는 기업 피해오나" 당혹

■ 재계 반응

15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당혹감을 넘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석채 KT 회장에 이어 정 회장마저 자리를 내놓은 것은 실로 충격적"이라면서 "그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과거 정부와 인연이 있는 기업인들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이 회장과 정 회장의 이름이 빠졌을 때부터 무수한 추측이 나오곤 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와 KT 모두 정부의 지분이 1%도 없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걱정된다"며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철강과 통신산업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정치 리스크로 교체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구나 재계는 정 회장이 10월 제37대 세계철강협회(WSA) 회장에 선출된 뒤 한 달여 만에 사의를 밝혔다는 점에서 국가 이미지 실추 등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1967년 설립된 세계철강협회는 전세계 약 170개의 철강사와 관련 협회,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철강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기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이 만약 국내의 정치적인 이유로 그만뒀다는 게 알려지면 국제 철강업계에서 한국 업체들의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걱정했다.

아울러 재계는 검찰과 국세청 등 정부기관의 전방위 압박 속에 대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물러나거나 구속되는 상황에 처하자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이미 다음 타깃은 어느 기업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재계에서 공공연히 돌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유를 떠나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오너십 부재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나 신성장동력 발굴 작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로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세계 철강산업이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국내 철강업계 1위 기업인 포스코의 경영 공백이 길어질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극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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