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사태 해결 장기화 우려 커져

카르자이 "납치조장 협상 안해" 거듭 밝혀
군사력 동원등 강경책으로 급선회 가능성도

시민단체 "美, 석방협상 적극 나서라" 피켓 시위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아프간 피랍자 석방을 위해 미국 측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우리는 집으로 가고싶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 등 영문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원유헌기자

피랍사태 해결 장기화 우려 커져 카르자이 "납치조장 협상 안해" 거듭 밝혀군사력 동원등 강경책으로 급선회 가능성도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시민단체 "美, 석방협상 적극 나서라" 피켓 시위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아프간 피랍자 석방을 위해 미국 측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며 "우리는 집으로 가고싶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다" 등 영문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원유헌기자 미국ㆍ아프가니스탄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기대한 대목은 한국인 인질 21명과 맞교환 하는 조건으로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합의할 것인지 여부였다. 이 대목에서 미국과 아프간 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테러조직인 탈레반과는 일체의 타협이 없으며 인질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는 일이 없다는 주장이 반복됐을 뿐이다. 인질 교환의 조건으로 수감자 석방을 요구해온 탈레반은 미ㆍ아프간 정상회담에서 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질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부시와 카르자이는 한국인 인질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칙론이 강조됨에 따라 사태는 장기화되고 자칫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가정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과 아프간 측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해 원칙론적 강성 기류가 되풀이됐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미 CNN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인 인질 21명의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면서 "납치를 더 조장하는 협상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탈레반과 내전을 벌이며 항상 저격의 위험 속에 살고 있는 카르자이 대통령으로선 한국인 인질을 구하기 위해 탈레반 포로를 풀어주면 석방된 탈레반이 또 새로운 인질을 잡게 되고 인질이 또다시 인질을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인질 석방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한국 정부에게는 그의 발언이 탈레반의 인질 맞교환 요구를 거부, 한국인 인질을 묶어놓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도 같은 입장이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위원회 대변인은 "인질 사태가 반문명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라며 탈레반에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지만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양국이 원칙론을 고수한 것은 '테러범과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무너지면 앞으로 대테러 전쟁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양국 내 강경한 목소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양국 정상이 나서서 포로 교환이라는 카드를 꺼내면 이번 사건이 조속히 마무리되겠지만 향후 행보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ㆍ아프간 양국 정상이 인질-포로 교환 불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직접 대화 채널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인질-포로 맞교환 방식이 힘을 잃게 되면서 탈레반이 인질을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실제 이를 행동으로 옮기며 한국 정부를 다시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쥔 양국 정상의 만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게 됨에 따라 사건의 장기화는 물론 무력을 통한 사태 해결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지는 "미국 관리들이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탈레반에 대한 강경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입력시간 : 2007/08/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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