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비리 의혹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후원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세종증권 매각 및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관련 비리’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노씨와 박 회장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대근 전 농협회장 등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11월19일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지 한달여 만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전직 대통령의 친형이 개입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이며 농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농협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2005년 정화삼·정광용 형제와 공모해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정 전 회장에게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으로부터 29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다. 앞서 검찰은 12일 정씨 형제를 노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노씨는 정원토건을 운영하면서 회삿돈 15억원으로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 주식 10억원어치와 5억원 상당의 토지를 차명으로 매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노씨는 또 정원토건의 노무비를 과대계상,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수취하는 등의 수법으로 법인세 3억8,000만원을 포탈하고 자녀에게 회사주식 1만여주를 증여하면서 증여세 1억4,000만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세종증권 매각을 전후해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과 홍 사장이 정 전 회장에게 50억원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김 회장과 홍 사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구속·불구속기소하고 정 전 회장과 측근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를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회장을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차명거래로 양도소득세 47억2,000만여원과 홍콩법인 APC를 통해 얻은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 242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세종증권 매각과정에 정치권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사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세종증권 주식을 사고판 내역을 입수해 전수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정치권 핵심 실세들을 관리하면서 작성했다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해서도 “리스트를 입수한 바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받은 50억원이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농협의 감독기관인 농림부가 세종증권 인수 및 휴켐스 매각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 등이 농림부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농림부 장관의 사망 등 수사상 어려움으로 내사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