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현대차 노조] <중> 설자리 잃어가는 파업만능주의

"세상 변했는데…" 내부서도 반발
"투쟁 해봐야 임금·고용 더 손해" 성토 목소리
회사측 원칙대응도 강성노조 쇠락의 길 재촉


설자리 잃어가는 파업만능주의 [벼랑 끝에 선 현대차 노조] "세상 변했는데…" 내부서도 반발"투쟁 해봐야 임금·고용 더 손해" 성토 목소리회사측 원칙대응도 강성노조 쇠락의 길 재촉 울산=곽경호 기자 kkh1108@sed.co.kr 관련기사 • "싸우면 얻는다" 구태의연한 기대 못버려 • 비정규직법 시행 등 올해 노사관계 더 불안 • "도대체 몇번째냐" 고객들, 불의와 타협말라 • 비난 여론·조합원 참여 저조… 사면초가 상태 • "현대차 싫다… 제발 도요타 반만 닮아라" • "현대차 노조 집행부 위한 들러리 싫다" • "자동차산업 3대 경영위기에 직면" • "올해도 판매목표 못채우나" 우려 확산 • "투쟁 해봐야 임금·고용 더 손해" 성토 목소리 과거 세계 제1위의 자동차 회사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6월 노조원 3만5,000여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측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됐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 세계적인 강성노조로 이름을 떨치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론 게텔핑거 위원장은 당시 “미국 자동차산업이 존속하려면 노조가 구태의연한 모습을 버리고 공생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GM 등 사용자측의 구조조정안을 전격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 강성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에는 최근 한 노조원이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아이디가 ‘공골거사’인 이 노조원은 “대림ㆍ코오롱ㆍGSㆍ현대중공업 등 과거 강성노조가 민노총을 탈퇴, 결국 고용안정과 임금상승을 이뤄냈다. 이는 투쟁이 아니라 노사상생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죽어라 투쟁해봐야 임금삭감, 고용불안, 해외 공장이전, 판매감소, 국민지탄 등으로 우리의 고용과 임금이 위험한 지경까지 왔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세상이 변한 것을 인정하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만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활동가들 말에만 귀 기울이고 언제까지 그들 들러리 노릇만 할 것인가. 제발 정신 좀 차리자”고 덧붙였다. 이 글은 현재 5,300여회의 조회 건수를 기록하는 등 노조원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내부에서도 이미 강성노조 집행부에 대한 맹종 현상이 크게 쇠락함은 물론 ‘파업 만능주의’가 종국에는 강성노조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단초가 됨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내 강성노조들은 한결같이 ‘불법 파업’에 대한 사측의 강경한 원칙 대응에 무릎을 꿇었다. 2004년 울산지법은 태광산업이 회사 노조 간부 등 3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만큼 26억5,000만원을 배상해달라”며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노조원들은 정당한 파업을 벌였다고 주장하나 형사 판결에서 유죄로 확인되는 등 불법 파업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같은 해 울산지법은 또 불법 파업 중 발생한 회사의 직접적 손실에 대해 노조 손해배상 소송 사상 최고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은 당시 ㈜효성 불법 파업 주동자 57명을 상대로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동조합은 모두 70억원을 회사측에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불법 파업을 주도한 것으로 인정되는 노조 간부 14명에 대해서도 “노동조합과 연대, 총 2억8,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당시 “노조 간부들이 파업을 주도한 점으로 미뤄 이들 개인에게도 직접적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GS칼텍스ㆍ효성ㆍ코오롱 등 옛 강성노조 집행부들도 파업에 대한 회사측의 무노동무임금원칙 적용 이후 파업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내부 공방이 벌어지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성과급 차등지급에 불만을 품은 노조의 시무식 폭력사태로 촉발된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도 강성노조와의 마지막 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회사측은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형사고소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취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나아가 회사측은 “손배가 받아들여지면 해당 노조 간부들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 배상액을 받아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측이 생산목표 달성 약속을 지키지 못한 노조측에 대해 성과급을 차등지급한 것은 어쩌면 전주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게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노동계 안팎의 시각이다. 노조측도 이 같은 사측의 강경대응에 절대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다 노조원들 사이에서 이번 시무식 폭력사태 이후 ‘파업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그동안 노조를 지켜온 단결력이 급격히 약화, 현대차 노조의 미래를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1/10 17:05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