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이것이 급소] <25>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증' 美의도는

로펌등 설립 쉬워 "美이득 훨씬 크다"
우리로선 언어장벽 높아 LA한인타운서나 통할듯
회계사등 美인력 상륙땐 서비스시장 통째 내줄판
"상호인증 하더라도 장기간 유예 보완책 마련해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간호사 자격증 상호인증이 이뤄지면 한국 인력이 진출, 연간 3,800억원의 소득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상호인증만 협의되면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미국에 진출,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입장일까.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요구해도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한의사 자격증 상호인증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의사 자격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듯 미국 역시 의사ㆍ변호사 등 한국의 전문직 자격증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뢰 문제를 떠나 한미 자격증 상호인증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적지않다. 회계사만 놓고 봐도 우리는 국가가 관리하지만 미국은 주(州)마다 법이 다르다. 자격증 발급도 민관ㆍ협회ㆍ학회 등 여러 곳에서 맡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말하는 국제변호사란 엄밀히 말해 미국 특정 주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의미한다”며 “자격증 운영 규정이 양측이 너무 달라 합의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의 국가 공인자격증은 702개에 이른다. 미국은 그 수가 많아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주장대로 자격증 상호인증이 이뤄진다면 득이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격증 상호인증이 미국보다 우리에게 미칠 파장이 크다”며 “문제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이면에는 상호인증에 따른 득과 실을 놓고 볼 때 미국이 우리보다 얻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의사ㆍ변호사 등의 인증이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의 인력이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어ㆍ문화 등의 차이로 고작해야 LA 한인타운 정도에서만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미국 내 로펌ㆍ회계법인 등으로 국내 우수 인력이 빠른 속도로 유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상호인증이 이뤄지면 미국 입장에서 한국에 로펌 혹은 회계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쉬워진다. 국내 법에는 법무ㆍ회계법인 설립시 반드시 (우리나라의) 변호사ㆍ회계사 등 자격증 소지자를 일정 이상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상호인증이 이뤄지면 우리 변호사ㆍ회계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미국 자격증이 한국의 그것과 같이 취급 받기 때문이다. 미국 내 한인 2세 등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 뻔하다. 미국 내 인력으로 진용을 갖추며 한국에 진출할 미국의 로펌ㆍ회계법인들은 자문 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국제사건을 도맡아 하면서 우리의 고급 서비스시장을 장악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도 간호사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전문직종의 미국 내 진출이 촉진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자격증 상호인증으로 10억원을 얻는다면 미국은 로펌ㆍ회계법인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통해 우리 시장에서 몇백억원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효과보다 앞으로 벌어질 현상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상호인증이 이뤄진다고 해도 장기간 유예하는 등 보완책도 동시에 마련하는 방향으로 통상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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