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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삼성중공업의 실적 발표 전 시장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GS건설은 물론 삼성엔지니어링 마저 저가 수주의 후폭풍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터라 건설업종의 이익률 급락이 조선업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짙었다. 기우(杞憂)였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0% 넘게 급등했고 이익률도 10%를 훌쩍 웃돌았다.
삼성중공업이 탄탄한 수주에 힘입어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져가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9.9% 늘어난 3조8,879억원, 영업이익은 4,402억원으로 1년 새 34% 급등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의 매출액은 3조6,650억원, 영업이익은 2,6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매출액은 시장 전망치보다 6.1%, 영업이익은 64.3% 더 많았다.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영업이익률. 지난 분기 삼성중공업은 11.3%의 영업이익률로 전년 대비 수익성이 2%P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드릴십을 비롯해 해양부문의 건조 물량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여기에다 일부 해양프로젝트의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적인 공사대금 입금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조선업종의 향후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KDB대우증권은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발표를 두고 "해양플랜트의 수익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고 표현했고 KB투자증권은 "불신(不信)을 불식(拂拭)시켰다"고 평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0% 남짓이었던 해양부문의 비중이 지난 분기 60%로 증가했고 특히 가장 수익성이 높은 드릴십의 비중이 35%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해양플랜트와 드릴십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지되고 초대형 해상 가스처리설비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 등 신규 프로젝트 투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고서라도 7~9%대의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업황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실적의 키(Key)를 쥐고 있는 신규 수주 부문에서 '문제없다'와 '고가 수주는 힘들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프로젝트는 드릴십 1척과 컨테이너선 7척을 포함해 총 30억 달러 수준"이라며 "여기에다 30억 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가 최종 계약만 남겨놓고 있어 올해 수주 목표액 130억원의 절반을 상반기 내 달성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실적 개선의 가시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KB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수주잔고 중 드릴쉽의 비중이 37%로 올해만 11척이 인도될 예정이다"며 "수익성이 좋은 드릴쉽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40%로 유지되고 있어 꾸준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1분기 깜짝 실적이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지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잇따른 수주취소로 현재 1.7년 수준으로 낮아진 수주 잔량을 2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올해 16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업황에서는 올해 수주목표인 13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뿐더러 물량 확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고수익성 수주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1분기를 고점으로 수익성이 높은 드릴쉽의 매출 비중이 하락해 2분기 이후에도 9%대의 높은 수익성은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향후 분기별 영업이익은 7~8%대로 하락하는 한편 내년 이후 수익성은 올해 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도 "삼성중공업의 신규 수주 물량은 2분기 40억불 규모로 정점을 찍은 후 3분기부터는 LNG선과 드릴쉽의 약세와 생산설비 발주 감소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추가 상승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ER 8.7배로 업계 최저… 밸류에이션 매력 ● 애널리스트가 본 이회사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 삼성중공업은 1ㆍ4분기 3,900억원의 매출액과 4,4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해양 부문에서의 주문 전화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일부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영업이익률은 9%대로 시장 기대치를 웃돈다. 삼성중공업의 주력 선종이라고 할 수 있는 드릴쉽의 매출 인식 비중이 높았던 것이 호실적으로 연결됐다. 일부에서는 1분기 높은 수익성에 따른 역(逆)기저효과로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이익모멘텀이 소진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에 시장에서 삼성중공업에 대한 이익 추정치를 감안할 때 해당 우려는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삼성중공업이 진행중인 신규 프로젝트와 관련된 우려를 잠재웠다. 최근 일각에서는 과거 다국적기업 더치셀(Dutch Shell)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프로젝트와 초대형 해상 가스처리설비(CPF)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1분기 호실적을 이끈 프로젝트들이 향후 실적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LNG FPSO와 CPF는 각각 전체 프로젝트 규모의 33%, 30%가 올해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올해 예상 매출의 7%와 6%에 불과한 수치다. 또 LNG FPSO의 경우 건조시작 시점이 지난해 10월이라는 점에서 1분기 호실적은 위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실적 발표가 주는 또 다른 긍정적 요인은 밸류에이션 매력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올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 수준이다. 올해 예상 ROE를 감안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또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으로 상장 조선사 중 가장 낮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의 39%에 해당한다. 현재 밸류에이션이 실적발표 이전 수익성 전망치인 15.4%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로도 부담스럽지 않고 1분기 호실적으로 기존 시장의 이익추정치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의 현재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한 층 부각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