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유통시장 지형도 바꾼다

백화점·온라인몰·개별 기업까지 '70~80% 할인' 파격 판촉전 가세
내수 활성화 촉매제 역할 기대… 단발성 아닌 연중행사 정착될 듯

미국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궁지에 몰린 국내 유통업계가 일제히 유례없는 대규모 할인전에 돌입하면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소비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백화점의 겨울 세일에 할인 폭도 기껏해야 30% 안팎에 그쳤으나 올해는 대다수 온오프 쇼핑업체를 망라한 것은 물론 신발, 주류, 화장품 등 개별 기업까지 70~80% 할인가라는 파격적인 판촉전에 가세했다. 11월말~12월중순이 'K-블프' 쇼핑 주간으로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지형도까지 바꾸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은 28일부터 12월31일까지 3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블랙 디셈버' 행사를 벌인다. 길어야 2주였던 연말 정기 세일을 1개월 이상으로 늘리고 통상 6개월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12개월로 늘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마케팅이다.

롯데·현대·신세계·AK플라자 등 기존 백화점들도 유례없는 할인행사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내달 7일까지 '러블리 세일'을 열고 아웃도어 상품을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국내외 인기 브랜드를 최대 80%까지 할인해주는 '블랙 위크엔드'를 마련했고,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유명 의류를 최대 30%까지 싸게 파는 '블랙 세븐데이즈'를 진행 중이다. AK플라자는 '블랙 쇼핑데이' 기간에 해외 아동복을 50% 깎아준다.

인터넷쇼핑몰 등도 너도나도 블랙프라이데이 총력전을 펼친다. G마켓·11번가·옥션 등 오픈마켓 빅3는 국내외 인기 생활용품과 가공식품을 70~80%까지 저렴하게 파는 특가전을 진행한다.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매출을 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또 롯데닷컴 등 토종 온라인쇼핑몰 10개사는 아예 12월12일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정하고 주도권 탈환을 벼르고 있다. 티몬·쿠팡·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업계도 이에 질세라 전 품목에 걸쳐 파격적 할인 조건을 내걸고 나섰다.

유통업체와 별개로 식품·주류·유아용품 등 개별 기업들도 블랙프라이데이 한 몫 잡기에 나섰다. 신발 전문 유통업체 ABC마트는 해외직구보다 가격을 낮춘 '2014 연말 총결산 세일'에 들어갔다. 해외직구로 신발을 구입하는 비중이 늘어나자 아예 가격 거품을 제거해 직구족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매일유업의 유아용품 자회사 제로투세븐은 구매 금액당 멤버십포인트를 50%까지 지급하는 마케팅을 내놨고, 패션 브랜드 디젤은 매년 두 차례 진행했던 할인행사를 이번에 한 차례 더 늘렸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업체의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연중 행사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살아난 소비심리는 크리스마스를 거쳐 신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11월과 12월에 걸쳐 진행되는 연말 할인행사가 유통업계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판촉적은 단순한 할인행사를 넘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꺼진 소비심리를 살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공식적인 쇼핑 주간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또 다른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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