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좋아졌지만… 수출전선 비상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 역대 최대 불구
엔화 이어 위안화도 평가절하에 수출 경쟁력 악화


우리 기업들의 교역조건이 역사상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총액이 늘어난 반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은 떨어져 수출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어 수출 전망은 갈수록 비관적이다.

24일 한국은행은 10월 소득교역조건지수가 128.15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0년 수출총액으로 수입 가능한 상품이 100개였다면 지난달에는 128.15개를 들여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전년 대비 4.6%, 전월보다 9% 급등했다. 수출총액은 증가한 반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은 하락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수출총액 수준을 보여주는 수출금액지수는 지난달 135.55(2010년=100)로 역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입물가지수는 100.55로 2010년 8월(99.59) 이후 4년 2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기업들의 교역조건은 좋아졌지만 전 세계 각국이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고 있어 수출의 앞날은 어둡다는 전망이 많다.

일단 중국 제품과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10대 수출품 중 중복되는 품목의 비중은 2004년 52%에서 올 9월 말 현재 62%로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21일 단행된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며 중국산 제품에 날개를 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6.1371위안을 기록해 전 거래일보다 0.2%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 세계 경기가 부진해 모든 나라가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는 가격이 낮은 상품이 잘 팔리는데 각국이 화폐가치 절하에 나서면서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철강·조선·석유화학 부문이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데 위안화 평가 절하로 우리 기업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이 한국의 대중 수출의 상당 부문을 차지하는 중간재·자본재의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중국 금리 인하에도 우리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금리 인하 조치로 중국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긍정론도 있다. 중국이 중간재·자본재의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지만 여전히 우리 제품 의존도가 높으므로 금리 인하로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으로 경기가 호조되면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품도 잘 팔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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