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금' 주가 방어에 다 쓴다

자사주 매입해도 주가는 뒷걸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하락 악순환
"공모가 거품이 근본 원인" 지적도


코스닥시장 새내기 상장주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써야 할 공모자금을 주가 방어에 허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자사주 매입에 나서도 주가는 제자리를 맴돌거나 뒷걸음질만 치고 있어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투자자 보호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가치 하락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미래나노텍은 25일 주가 안정을 위해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50억원 규모의 자사주매입 공시를 낸 지 2주만이다. 당초 공모자금 550억원을 설비투자와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었지만 상장한 지 한 달도 안 돼 주가가 반토막이 나자 1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쓴 것이다. 미래나노텍과 같은 날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ISC는 상장 첫 날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보름 만에 주가가 37% 넘게 빠지자 지난 19일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주가는 19일 1만2,500원에서 25일 1만2,200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9월12일 첫 거래에 나선 웨이브일렉트로닉스는 상장 2주만에 주가 안정을 위해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17일 다시 같은 이유로 2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푸른기술 역시 상장 한달간 꾸준히 하락하자 곧바로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고, 7월 상장한 메모리앤테스팅도 주가가 반토막나자 15억원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자사주 매입 후에도 주가가 상승 반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새내기 공모주들이 이같이 ‘상장?반토막 주가?자사주 매입?다시 하락’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공모주 부진이 단순히 주가 하락의 차원이 아닌 기업활동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가 부양을 나쁘게만 볼 순 없지만 영업활동이나 기술개발 등 본연의 목적에 쓰여지지 않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풋백옵션 폐지 이후 기업공개 업무를 놓고 경쟁하는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업의 내재가치 이상으로 공모가를 부풀린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공모가가 워낙 높게 책정되다 보니 자사주를 매입해도 주가부양 효과가 미미하고 부풀려 모집된 공모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적정한 수준의 공모가 산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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