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정치권은 12월 대선에 미칠 영향을 셈하느라 분주하다.
일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예측이다. 여당은 인터넷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박 후보에 관한 유언비어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주장해온 야당과 진보진영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전해진 24일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네티즌 탄압의 역사는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이 선거관련 댓글에 게시판 실명제 도입을 주도한 데서 시작됐다"면서"박 후보는 아직도 인터넷 실명제를 주장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당정 합의로 추진을 발표하고 당시 한나라당도 찬성했던 것"이라면서"자신들이 추진한 법안을 뒤집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적어도 대선을 앞둔 여권에 악재라고 판단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박 후보는 인터넷상 유언비어의 대한민국 최대 피해자"라면서"헌재의 판결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명제가 폐지되면 이 같은 의혹 제기가 더욱 활발해지고 당사자를 찾는 일도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박 후보 측의 판단이다.
박 후보가 2040세대와 접촉을 늘리려는 찰나에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 젊은 유권자의 표심이 다시 야권으로 쏠린다는 점이 새누리당의 고민이다.
실제 인터넷에는 박 후보에 비해 야권 후보에게 우호적인 글이 많고 의혹 제기는 적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는 야권 성향의 정치인과 유명인사의 글이 영향력이 있고 이를 퍼 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여권에 불리한 만큼 야권에도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 후보 측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인터넷상에서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평범한 다수의 사람은 시시각각 그 글을 챙겨 읽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의 다른 관계자도"정보라는 게 기득권에 의해 한정되는 게 아니라 보편화하는 측면에서 우리 진영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지 선거 전략에서 유리하다는 건 아니다"고 분석했다.
구글 등 대형 포털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이미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폐지가 큰 영향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예측도 설득력이 있다.
정치권은 다만 대선 국면에서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시비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이를 위해 SNS 전담팀을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팀은 네티즌의 허위사실 유포에 적극 해명하거나 필요한 경우 명예훼손을 근거로 법정 소송을 거는 일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