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경기도 일산 킨텍스 컨벤션센터 단지 내 레이킨스 복합쇼핑몰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여느 백화점과는 달리 유모차를 앞세운 젊은 여성 고객들로 내부가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문화센터는 물론 인근 식당가와 카페, 공연장 등지에도 온통 유모차 물결이 넘실댔다. 아동 매장에는 놀이방과 완구 매장을 겸한 '키즈 카페'가 성업 중이고 36개월 이상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요리교실이 열리는 등 어린 고객들을 겨냥한 '눈높이 마케팅'이 줄을 이었다.
식당가 카페 '밀탑'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는 "유모차를 끌고 갈 곳이 거의 없어 집안에만 있었는데 복합몰은 내부 공간이 넓고 이동이 편리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오게 된다"며 "'쥬라기 테마파크' 같은 아동 행사도 많이 열리고 옆 대형마트로 이동해 장을 볼 수도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유통업태'로 평가받는 복합쇼핑몰이 유모차를 끌고 쇼핑몰을 즐기는 '유모차 몰링족'들이 몰려들면서 유아맘들의 쇼핑ㆍ문화 공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쇼핑ㆍ문화ㆍ외식ㆍ레저 등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데다 실내 공간이 넓고 동선이 편리해 유모차를 끌고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덕분이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중저가 브랜드를 다수 갖춰 20~30대 젊은층을 겨냥했지만 평일 중심 고객으로 유모차 몰링족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입소문 효과에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아맘들의 유입이 활발해져 불황 방어의 구원투수로까지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합 쇼핑몰들도 유모차 부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는 유모차 우선 엘리베이터를 각 층에 4대씩 운영 중이며 인천 스퀘어원은 어린이 화장실, 수유실, 가족휴게실을 2~3층에 각각 3곳씩 총 8개 가량을 배치했다.
'키즈테마파크'와 '키즈 문화강좌'는 복합쇼핑몰의 필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디큐브시티의 '뽀로로 테마파크'는 방문 인원만 2만5,000명을 넘어서며 집객의 일등공신이 됐고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딸기키즈카페'와 '한솔어린이뮤지엄'도 교육과 놀이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다.
용산 아이파크몰의 아이스링크는 주말 방문객이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지난해보다 고객이 50% 이상 늘었다. 실제 아이스링크와 워터파크가 운영되는 시기에 오후 2~5시경 식당가ㆍ카페 매출은 20~30% 가량 상승세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두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인 옥상 풋살장(미니 축구장)도 가족 고객이 대다수"라며 "프라모델, R/C카 (무선조종 미니카) 체험 매장이 신규 고객인 아빠들을 유입하며 운영 반년 만에 매출 목표 1.5배를 달성하는 등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넓은 실내에 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복합쇼핑몰이 안방서 온라인쇼핑 등으로 소일하던 유모차 부대를 오프라인 쇼핑시설로 불러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