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와 대리점의 허술한 정보관리에 최신 3세대(3G) 휴대폰의 문자 등 개인정보가 술술 새나갔다. 경찰은 배우자나 애인 등의 외도를 의심하는 고객들로부터 뒷조사를 의뢰 받아 다른 사람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훔쳐 볼 수 있도록 해준 일당을 붙잡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5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유흥업소 업주 이모(43)씨와 휴대폰 판매업자 김모(35)씨를 구속하고 공범 양모(31ㆍ유흥주점 사장)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3세대(3G) 휴대폰에 꽂아 쓰게 돼 있는 유심(USIMㆍ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의 특성을 이용해 이동통신사를 속였다. 유심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 등 정보를 기록한 손톱 크기의 칩으로 3G 휴대폰은 전화기 자체가 아니라 유심에 이런 정보가 기록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평소 잘 알던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에게 뒷조사 대상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며 당사자의 유심 등록 내역을 자기들이 가진 다른 유심으로 옮기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 자신들이 가진 유심에 당사자의 정보를 몰래 옮겨놓고서 이를 공단말기에 꽂아 쓰는 수법으로 일종의 ‘복제폰’을 만들어 휴대폰 본인 인증을 거짓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복제폰으로 거짓 본인 인증을 받고서 문자매니저 계정을 만들어 아이디와 암호를 브로커와 심부름센터에 넘겨 건당 50만∼200만원에 팔도록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원이 드러난 의뢰인들은 모두 남녀 문제로 괴로워하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브로커 등의 꼬임에 빠져 홧김에 엿보기를 시작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구속된 이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의뢰인을 모집하고 계정을 판 브로커와 심부름센터 관계자 등의 뒤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