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당국의 무리한 조치에 따른 반발로 업계에서는 미국의 한국 견제와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DOE)가 LG전자 일부 냉장고 제품에 부착된 고효율 에너지 인증마크인 '에너지스타' 라벨을 제거하라는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이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워싱턴DC 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6일 밝혔다. 한국 기업이 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제의 제품은 LG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냉장실 제빙기술이 들어간 3도어 냉장고 3종이다. 처음 나온 기술인 만큼 적절한 에너지효율 측정기준이 없었고 지난해 말 LG전자는 DOE 측과 이 제품에 대한 소비전력 측정 규격에 합의, 에너지스타 라벨을 붙이기로 했다.
그런데 DOE가 최근 태도를 바꿨다. 갑자기 새로운 소비전력 측정규격을 제시하더니 이에 맞추지 못할 경우 LG전자는 관련 제품의 라벨을 떼라고 최근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 이는 미국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조치라는 게 LG전자가 설명하는 소송 배경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측정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전고지, 해당업체 의견 수렴, 기준 조정 등의 단계를 거치도록 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는데 DOE의 이번 조치는 이런 절차를 하나도 준수하지 않았다"며 "관련 법에도 에너지효율 기준변경 적용 시한은 270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해당 업체가 지킬 수 없는 시한을 제시하며 사실상 라벨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LG전자 냉장고의 에너지스타 라벨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 당국의 이런 '무리수'가 최근 약진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견제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불황 후 미국 소비자들이 에너지효율에 민감한 소비패턴을 보이는 만큼 라벨 제거 명령은 LG전자 냉장고 신제품에 치명타를 가하겠다는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LG전자가 프리미엄 냉장고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특허 소송에서도 패소, 자존심까지 구겨진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