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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일성은 통렬한 자기반성이었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14일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금융의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외부의 우려는 커져가고 있다"며 "회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날선 자아비판은 수년간 퇴화하기만 한 조직문화를 가장 먼저 겨냥했다. 그는 "정적이고 보수적인 공기업 문화가 오랜 시간 조직에 토착화되면서 그룹의 경쟁력이 땅에 떨어졌고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에 덧씌워진 정치색깔을 지우기 위한 강력한 의지도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은 언제부턴가 인사청탁과 줄대기가 성행하는 정치적인 조직으로 낙인이 찍혔다"며 "인사청탁자에 한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먼저 기존 우리금융지주 임원 전원을 교체하기로 했다. 부사장은 종전 5명에서 3명으로 줄이되 우리은행에서 손발을 맞췄던 정화영 HR본부 부행장, 김장학 중소기업담당 부행장, 김승규 우리신용정보 사장을 내정했다.
예고했던 대로 주력계열사인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3명의 부행장을 전보발령내기로 했다. 지주사 부사장으로 내정된 정 부행장의 자리는 김병효 현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이 맡게 됐다. 권기형 자금시장 부행장은 기관고객 부행장을 이끈다. 허종희 기관고객본부 부행장은 퇴임했다.
이와 함께 기존 상무급 인사 3명을 신임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에는 남기명 외환사업단 상무가, 중소기업고객 부행장에는 이용권 주택금융사업단장이, 부동산금융사업 부행장에는 유구현 마케팅지원단장이 각각 승진했다.
지주사와 주력계열사인 은행에 대한 인사조치가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사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이날 "능력 위주로 계열사 CEO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지주사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권한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는 "지주사의 역할은 지시나 통제가 아닌 지원과 조정에 국한될 것"이라며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민영화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한 발언을 꺼냈다. 이 회장은 "시장 논리에 맞고 모든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장 논리에 맞는 민영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이 회장이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은행을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보다 은행 지분을 분산매각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속적인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수수료 수입 감소로 그룹의 수익창출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전 계열사를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만들어 매력적인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