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후임 논의가 길어지면서 ‘포스트 버냉키’ 이슈가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채권업계는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후임 인선 논의가 길어지는 것이 자칫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경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처럼 금리 상승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연준 의장 교체 논의는 자칫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연준 의장 교체 때 나타났던 채권시장 불안이 미국 채권시장에도 반영된다면, 미 국채 금리가 나머지 국가의 국채 금리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내내 전 세계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투자책임자(CIO)도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의장 교체 논의가 길어질수록 부수적 피해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떤 인물이 미 연준 의장으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호·악재가 갈리는 캐릭터 리스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버냉키 의장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두 후보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매파적(Hawkish·강경파) 인물에 가깝고 옐런 부의장은 비둘기파적(Dovish·온건파) 성향이 짙다.
캐릭터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이유는 지금은 연준 의장의 개인적 성향이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즉 통화정책의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 인물의 성향이 아닌 경제지표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차기 연준 의장이 자신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을 만큼 미국 경기가 확고한 회복 사이클에 진입하지 못했다”면서 “누가 버냉키의 후임으로 임명되더라도 급격한 정책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어떤 인물이 차기 미 연준 의장으로 선임되든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크게 앞당겨지거나 정책의 로드맵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인물이 선임되느냐보다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온건파에 속하는 옐런 부의장이 차기 의장으로 선임된다면 국내 채권시장에 단기적으로나마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차이는 없겠지만 온건파 인물이 차기 의장이 되면 출구전략의 시점이 다소 늦춰지고 진행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는 있다”며 “통상적으로 채권시장은 긴축보다 완화정책을 주장하는 비둘기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