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가 현재 이용되는 가입자식별카드(USIM)보다 40% 작은 차세대 '나노 SIM'의 표준을 채택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새 표준은 애플이 제시한 안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TSI는 지난 3월부터 나노SIM 표준 채택을 논의해 온 끝에 1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회의에서 새로운 나노SIM 표준을 선정했다. 새 나노SIM은 가로 12.3mm, 세로 8.8mm로 현재의 USIM보다 40% 가량 슬림해 더 얇은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나노SIM은 이르면 내년부터 출시되는 휴대전화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의 USIM과도 호환되도록 제작될 예정이다.
ETSI는 어느 휴대전화 제조사가 제출한 표준을 선정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새 나노SIM은 애플이 제시한 표준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ㆍ모토로라ㆍ리서치인모션(RIM)ㆍ애플 등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각각 자사의 나노SIM 표준을 ETSI에 제시하고 표준안 채택을 위해 경쟁해왔다. 어떤 표준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자사 스마트폰을 설계하는 데 유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애플의 표준안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자 경쟁사들은 "애플의 나노SIM이 여타 모바일 기기와 잘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며, 애플은 "자사의 나노SIM이 표준으로 채택되더라도 관련 기술특허 이용료를 받지 않겠다"며 반격했다. 제조사들 사이의 논쟁이 격화되자 ETSI는 당초 4월로 예정됐던 표준안 채택 일정을 한 달 이상 늦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