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안정적 자산 불리기'란 공식이 깨지면서 청약통장의 인기가 급격히 시들고 있다. 일부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단지보다 높은 데다 전반적인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데는 정부도 한 몫을 했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통해 신혼부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 주거 안정책을 내 놓으면서 청약예금, 부금 물량보다 청약저축 물량을 대거 선보여 '예ㆍ부금 역차별'이라는 볼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청약저축은 꾸준한 인기를 받으며 가입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예금과 부금은 무용론까지 거론되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청약통장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현재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통장으로 옮겨 타야 하는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 ● 통장 처음 만든다면 청약저축이 더 유리
공공분양·국민임대 선택 할수있고 예·부금 전환도 가능
가점 낮은 예·부금 가입자는 청약저축으로 갈아타볼만
예·부금 통장, 은행서 대출 받을때 유리 "해약 신중해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청약통장의 가입자는 최근 1년 사이 5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통상 경기가 안 좋을 때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청약저축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청약예금과 부금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청약예금이나 부금보다 청약저축이 더 요긴하게 쓰인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청약통장이 없다면 청약저축은 필수=청약을 통해 집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과 같은 청약통장이 꼭 필요하다. 청약저축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공공주택, 청약부금은 전용 85㎡이하의 민간주택, 청약예금은 예치금액에 따라 전용 85㎡이하의 민간주택이나 85㎡초과 주택에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 희망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통장을 선택하면 된다. 처음 청약통장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중에서 청약저축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청약저축은 공공주택 분양 뿐 아니라 국민임대와 같은 임대주택을 얻는데도 쓰이기 때문이다. 또 청약저축은 예금이나 부금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예금이나 부금에서는 저축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훨씬 크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신혼부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 청약저축 가입자만 신청할 수 있는 주택을 지속적으로 건설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회 초년병이나 신혼부부들은 예금이나 부금보다 저축을 만드는 것이 이익이다. ◇청약 가점 및 소득 낮은 예ㆍ부금 가입자는 저축으로 갈아타볼 만=정부가 청약저축으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예금, 부금 가입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예금, 부금으로는 이들 공공주택에 청약할 수 없는 데다 사용이 가능한 민간주택은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굳이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이 낮거나 예금, 부금의 청약가점이 높지 않은 사람은 저축으로 재 가입하는걸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청약 통장은 자신의 소득 수준, 청약 가점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하지만 통장이 없다면 선택의 폭이 큰 청약저축에 가입 하는 게 바람직 하다”며 “이미 예금, 부금을 가입했다 하더라도 소득 수준이 낮을 경우 분양을 받기가 쉽지 않은 만큼 예, 부금을 해약하고 저축통장으로 갈아타 공공주택이나 임대주택을 노리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청약 저축이 만능은 아니다=청약저축은 선택의 폭이 넓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예금이나 부금이 더 요긴할 때가 있다. 청약저축을 사용하는 주택의 경우 가입기간, 저축액을 기준으로 순차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5년 이상 저축을 한다고 해도 좋은 주택에 당첨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등 청약저축용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고 밝혀 저축 가입자가 유리해졌지만 예금, 부금이 항상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며 “청약저축을 전환한다 해도 2~3년간 좋은 주택을 분양 받기 힘들기 때문에 현재 청약점수가 20~25점 사이이고 2~3년 내에 부양가족을 늘릴 수 있다면 예금, 부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소득수준만 뒷받침된다면 예금, 부금을 사용하는 물량은 추첨을 통해서도 당첨될 수 있기 때문에 저축에 비해 당첨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예ㆍ부금, 해약하는 게 좋을까=중대형 미분양이 넘쳐 예금, 부금 통장을 쓸 일은 사라지고 경기 상황이 침체되면서 예금, 부금 가입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의 경우 최고 1,500만원(서울지역 전용 135㎡초과 청약)을 통장에 그냥 묻어두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영진 대표는 그러나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당장 쓸 돈이 없기 때문에 해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경우에 따라서는 청약통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청약통장을 담보로 이들 통장에 있는 금액의 90% 수준까지 예금금리 이자에 1.5%포인트만 더한 이자만 받고 대출을 해주고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도 “당장 위례신도시 뿐 아니라 도심 내 광역개발에서 소형 의무 비율이 완화될 경우 예금, 부금 가입자들에게도 기회가 다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약가점제의 경우 청약 통장 가입기간 항목이 있어 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