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빨라지는 컨버전스 시대… 경쟁기업도 바뀐다

■융합경영(김덕현 외 지음, 글로세움 펴냄)
산업간 경계 급속 붕괴따라 삼성 경쟁자도 소니서 애플로
현실 너무 앞선 고부가 서비스 자원낭비 등 부작용 부르기도


융합의 시대에는 산업간 경계를 넘나드는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경쟁기업도 바뀐다. 융합경영, 디지털컨버전스, IT융합, 제품 및 서비스 융합, 의료 및 산업 융합 등 융합에 관련된 주제들을 다룬다.

질레트 마하3 터보 시리즈는 수많은 특허기술로 중무장한 면도기로 조그만 면도기 하나에 적용된 특허기술만 40가지가 넘는 것으로 유명하다. 뒷면의 빈 공간조차 특허를 갖고 있다. 특히 면도날과 고농축 윤활유를 결합해 아침마다 얼굴에 칼을 들이대야 하는 고충을 해소하면서 면도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기업 애플의 총매출액은 다국적 에너지회사나 금융회사와 비교할때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미래 성장성이나 소비자 충성도, 주당 순이익 등으로 보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 휴대폰, 텔레비전 제품을 주로 파는데 비해 애플은 아이폰 단말기에 앱스토어처럼 제품에 서비스를 융합해 돈을 벌고 있다는 차이점도 보이고 있다. 남이 하지 않는 것, 남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새 시각으로 융합시킨 것이 애플이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2009년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8%, 27%로 삼성전자가 1,000원을 팔아서 80원을 벌었지만 애플은 3배 많은 270원의 수익을 내는 결과로 나타났다. 융합경영연구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은 융합경영, 디지털컨버전스, IT융합, 제품 및 서비스 융합, 의료 및 산업 융합 등 융합에 관련된 주제와 견해들을 정리했다. 2가지 이상의 재료가 녹아서 하나가 된다는 뜻의 융합(融合)은 1970년대말 MIT대학의 네그로폰테 교수가 컨버전스(Convergence)를 첫 언급하면서 확산된 용어다. 저자들은 융합의 시대에는 산업간 경계를 넘나드는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경쟁기업도 바뀐다고 지적한다. 휴대폰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상대가 소니나 노키아가 아니라 과거 다른 산업군이었던 애플과 구글로 바뀌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들은 융합의 시대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일 자체 뿐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고부가 서비스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작용도 소개한다. 디지털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현실세계의 만남보다 사이버 공간의 만남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인간성 퇴보와 문화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술의 소멸주기가 빨라지자 기업들은 새 제품에 불필요한 기능이나 기술을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자원 낭비를 가져오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기능까지 숙지해야 되는 강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저자들은 이런 '융합의 패러독스'를 경계하라고 지적한다. 융합 시대에는 신기술을 맨땅에서 개발하거나 외부로부터 도입할 역량이나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도 충분히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융합경영 시대에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며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찾고 조합하는 것이다. 저자는 창의적인 융합은 기업 생존에 필수요소이자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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